[사람 사람] "햇빛으로 전기 만들어 팔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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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태양광(光)을 이용해 만든 전력을 한전에 팔아 쏠쏠한 수입을 챙기는 팔순 할아버지가 있다.

충북 옥천군 동이면 평산리 이종학(84)씨가 주인공이다. 2년 전 국내 첫 상업용 발전시설을 허가받아 자신의 집 앞에 6㎾급 태양광발전소를 설립한 이씨는 두 달 전부터 한전에 전력을 팔고 있다. 지금까지 전력을 팔아 번 돈은 42만원. 판매 내역은 6월 보름치가 191㎾ 15만510원, 7월 한달치(338㎾)가 26만6350원이다.

발전소 시설이라야 햇빛을 모으는 가로 5m.세로 4m짜리 태양전지판 2기와 인버터(직류 전기를 교류로 바꿔주는 장치).계량기 등이 전부다. 그는 발전시설에 자신의 아호를 붙여 '서원태양광발전소'라는 간판까지 달았다.

30년 전 철도청에서 퇴직한 뒤 낙향해 밤나무 농장(2만평)을 개간 중이던 그는 농사에 필요한 전력을 바람과 빛 등 자연환경에서 얻기 위해 대체에너지 연구를 시작했다.

제주도 풍력발전소와 전국 연구기관 등을 쫓아다니며 관련 자료를 구하고 귀동냥한 내용을 바탕으로 2001년 집 앞 산등성이에 3㎾짜리 소형 풍력발전기를 세웠다. 여기서 생산된 전력으로 집 안 전등을 켜고 가전제품을 가동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바람이 적은 내륙의 특성상 풍차가 멎는 날이 많고 팔순을 넘긴 나이에 지상 13m 높이의 풍차를 관리한다는 게 쉽지 않자 이듬해 태양광 발전에 눈을 돌렸다.

산업자원부에 "개인도 전기사업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여러 차례 건의문도 보냈다. 산자부는 이씨의 건의를 받아들여 올해부터 개인도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2003년 국내 첫 상업용 태양광발전소 설립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제 이씨는 소량이지만 쓰고 남은 전력을 한전에 팔고 있다. 그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상황에서 내 발전소를 계기로 삼아 많은 사람이 대체 에너지 연구.개발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옥천=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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