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레바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레바논은 「모자이크의 나라」다. 이 나라 지도 위에 그려진 세력분포를 보면 모자이크도 보통 모자이크가 아니다.
마론파 기독교, 그리스정교, 이슬람교의 수니파, 시아파, 드루즈파 등 15개도 넘는 종교 세력들이 할거하고 있다. 영국의 역사학자 「A·토인비」는 레바논을 『살아있는 종교사의 박물관』이라고 했다. 이들 종파들은 각각 민병 조직과 정치 세력을 따로 갖는다.
국회의석도 이들 종교세력에 따라 배분되어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의석비율은 6대 5.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도, 수상은 이슬람교 수니파, 국회의장은 시아파에서 뽑는다.
이런 정치체제는 1943년 레바논이 프랑스의 위임통치에서 벗어날 때 정해졌다. 그 당시의 인구조사결과에 따른 것이다. 실속은 기독교도가 모두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다르다. 대부분이 가난한 이슬람교 시아파의 인구가 늘어났다. 1948년 제1차 중동전 이래 무려 40만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이 밀려 들어왔다. 40년 전의 밸런스는 깨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아랍민족주의의 목소리마저 커지면서 이슬람교도들은 사회 변혁을 요구하고 나섰다.
나라의 크기는 강원도보다도 작다. 인구는 3백 16만명. 공용어는 아랍어와 프랑스어.
역사상 이 나라는 「알렉산더」대왕, 오스만제국, 터키제국, 「나폴레옹」 3세의 침공을 받았다.
6세기엔 십자군의 전쟁터가 되었다. 1860년부터 81년 동안은 프랑스의 신탁통치 아래 있었다.
이런 어지러운 역사는 바로 오늘의 어지러운 정정을 낳았다. 교도만 있고 국민은 없는 나라가 된 것이다.
레바논의 모자이크는 종파에만 그치지 않는다. 현재 레바논에 주둔하고 있는 외국 군대는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네팔 등 15개국에 이른다. 유엔 평화유지군이다.
종파끼리의 무력충돌은 물론, 이스라엘, 시리아 등 외군의 공격을 막는 스펀지의 구실을 하는 군대다.
레바논에도 물론 군대는 있다. 병력 2만 5천명. 그러나 훈속 부족에 장비마저 보잘것없고 종파의 사병처럼 되어있어 결집력이 없다.
평화시의 레바논은 관광지로 명성이 높았다. 「중동의 파리」로 불리는 베이루트, 지중해 쪽의 피서지. 산업은 중동의 금융, 상업중심지로 번성했고, 임산국이기도 했다. 국민소득은 1인당 1천 2백 달러, GNP는 34억 달러. 우리나라의 20분의 1정도다.
기후는 여름이 덥고 건조한 평균기온 섭씨 28도, 겨울은 비교적 추운 편이며 평균 6도. 「레바논」이라는 국명은 원래 「리반」에서 비롯된 말로 셈족어로 『회다』는 뜻. 산들이 석회암으로 덮여 있어 눈처럼 희게 빛난다.
이 낯설고 눈선 나라에서 우리나라에 평화군 요청을 했다는 외신이 있었다.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 무대에서 평화의 일역을 맡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다만 국가 이익은 따져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