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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값 거론 검사들 당시 세풍 수사에 관여할 위치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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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세풍 사건 수사 때 삼성그룹에서 떡값을 받은 검사들이 삼성 보호에 앞장섰다"는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의 23일 국회 예결위 발언을 두고 당사자들은 물론 많은 검찰 간부도 "생사람 잡을 무책임한 폭로"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노 의원은 "당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과 서울지검 특수1부장으로 수사 실무를 지휘하다 삼성으로 이직한 L씨와 S씨까지 고려하면 친(親) 삼성 검사들이 세풍 사건을 좌지우지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장의 근거로 세풍 사건 수사 기간(1998~2003년) 중 이른바 '떡값 검사'로 지목된 7명이 법무부 장관.차관.검찰국장.서울지검장 등 고위직을 지냈다는 점 등을 들었다.

그러나 노 의원의 지적은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검찰 간부들과 당사자들의 설명이다.

우선 세풍 사건 1차 수사는 대검 중수부가 98년 8월~99년9월, 2차 수사는 서울지검 특수1부가 2002년 2월~2003년 4월 진행했다. 노 의원이 거론한 A씨가 법무부 장관을 지낸 것은 수사가 중단됐던 2001년께였다. 김모 변호사 등 3명이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냈지만 대검 중수부가 벌이는 대형 정치권 비리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회에서 자신의 실명이 거론된 것과 관련해 민사소송을 준비 중인 김 변호사는 "1차 수사 때는 북부지청장이었고, 내가 서울지검장에서 물러나고 4개월 뒤(2003년 3월)에야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이 국내로 송환돼 구속됐다"며 무관함을 강조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전.현직 검사들에 따르면 97년 대선 때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측근이었던 서상목 전 의원에 대해 검찰이 98년 8월 말 출국금지하면서 세풍 사건 수사가 시작됐다. 당시는 김대중(DJ) 정부 출범 직후로, 호남 지역 출신들이 검찰의 요직에 대거 기용돼 있었다. 떡값 검사로 거명된 검사들이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처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 사건 1, 2차 수사 때 실무 검사로서 참여했던 호남출신 이모 변호사도 "세풍사건은 한나라당 측의 반발이 워낙 심해 (검사로서) 목숨을 걸고 한 사건이었다"며 "(검찰 내부 인사가) 나서서 삼성에 유리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노 의원의 주장은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한 검찰 관계자도 "세풍 수사는 99년 9월 사실상 종료됐으며 2차 수사는 중수부가 해놓은 1차 수사를 근거로 서울지검 특수1부가 이 전 차장 송환 후 20여 일 만에 마무리했던 것"이라며 "L씨는 대검 중수부의 세풍 수사가 사실상 끝난 뒤 대검 수사기획관에 임명됐기 때문에 노 의원 주장은 생사람 잡는 격"이라고 말했다.

서울지검 특수1부장으로 세풍 사건 2차 수사를 주도했던 박모 검사는 "S씨가 내 후임으로 오기 전에 이미 수사는 다 마친 상태였고 S씨는 수사결과 발표만 맡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조강수.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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