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프레레 대타' 언질받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 포터필드감독(右)과 차범근 감독이 24일 경기 직전 함께 포즈를 취했다. [부산=연합뉴스]

"나는 부산 아이파크 감독으로서 매우 만족한다. (그렇지만) 대표팀 감독도 멋있는 자리다."(이안 포터필드 부산 감독)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물러난 뒤 차기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 우선순위로 꼽히고 있는 포터필드 감독과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이 24일 만났다.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벌어진 프로축구 후기리그 개막전에서다.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두 사람은 똑같이 '대표팀 감독에 뜻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포터필드 감독은 핵심을 피했지만 "친구인 알렉스 퍼거슨(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과 통화하면서 박지성과 박주영(FC 서울)에 대한 얘기를 해 줬다"고 말해 유럽 명장들과의 친분, K-리그 선수에 대한 지식 등을 은근히 드러냈다.

독일 월드컵 본선이 10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3년간 부산 감독을 맡아 국내 사정을 잘 알고, 올해 K-리그 전기리그 우승을 차지한 포터필드가 차기 감독 적임자일 수 있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포터필드는 잉글랜드 명문 클럽인 첼시 감독을 역임했고, 트리니다드 토바고.나이지리아.잠비아 대표팀을 지도한 경력도 있다.

부산 구단의 분위기는 묘하다. 직원들은 "포터필드가 팀을 떠날 가능성이 50%가 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들은 수석코치인 톰 존스까지 '패키지'로 따라가는 최악의 상황도 대비하고 있다. 그럴 경우 누구를 감독 대행으로 해야 하나 걱정이다. 한 관계자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와 세계클럽선수권을 목표로 선수까지 보강했는데…"라며 한숨을 쉰다. 완전히 포터필드 감독을 떠나보내는 분위기다.

부산은 현재 아시아 최고의 클럽팀을 가리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올라 있다. 우승하면 상금 50만 달러(약 5억원)에 세계선수권 출전권이 주어진다. 세계선수권은 출전료로 받는 돈만 250만 달러다. 그래서 부산 구단은 약 10억원을 들여 성남 일화의 공격수 이성남과 포항의 다 실바를 영입했다.

아직까지 포터필드 감독이 적극적으로 대표팀 감독을 원한 적은 없다. 그러나 부산 구단의 한 관계자는 "월드컵 이후 팀에 복귀한다는 조건만 해결되면 월드컵 본선 감독을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건지, 아니면 윗선에서 어떤 언질이 있었던 건지는 9월 2일 기술위원회에서 밝혀질 것이다.

부산=정영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