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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융캉, 자금력 엄청난 ‘석유방’ 출신 … 후진타오 퇴진 후 몰락의 길 걸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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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호 03면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을 거론할 때 늘 따라다니는 용어가 ‘석유방(石油幇)’이다. 이는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만들어낸 독특한 정경유착 고리의 하나다. 석유업계는 물론 전력·통신·금융업 등은 거대 국유기업이 시장을 지배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막대한 이권을 독점 혹은 과점하는 정치파벌이 형성돼 있다는 것은 중국 공산당 내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센 파벌이 석유방이다. 그 원천은 압도적인 자금력이다. 중국석유(CNPC)와 중국석유화학공업(시노펙), 중국해양석유(CNOCC) 등 3개 석유 관련 국영업체가 2010년에 낸 법인세는 110개 국영기업이 낸 법인세 총액의 48%를 차지한다.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석유방은 장쩌민 국가주석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상무위원을 배출해왔다. 장쩌민 시절의 쩡칭훙(曾慶紅), 후진타오(胡錦濤) 시절의 저우융캉, 그리고 현 시진핑(習近平) 집권기의 장가오리(張高麗)가 석유방 출신이다.

저우융캉은 정계 입문 이전부터 석유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현장 발탁형 인물이다. 출신 대학부터가 중국석유학원이다. 그는 다칭(大慶)·랴오허(遼河)·성리(勝利) 등 중국 3대 유전에서 모두 간부직을 경험한 뒤 중국석유 사장, 석유공업부 부부장을 거쳐 국토자원부장, 쓰촨(四川)성 서기를 지냈다. 그의 사돈은 다칭 유전 발견의 공신이라 불리는 지질학자 황지칭(黃汲淸) 집안 출신이다.

출세가도를 달린 저우융캉은 후진타오 시절에는 석유업계와 상관없는 공안부장을 거쳐 당 중앙정법위원회 서기로 발탁됐다. 정법위는 경찰·검찰·사법 분야를 모두 관장하는 권력기구다. 당이 사법부까지 지도하는 중국 특유의 시스템은 정법위를 통해 작동된다. 중국에서 이뤄지는 재판의 판결문은 법관이 아니라 공산당이 쓴다는 말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이처럼 막대한 권력을 누렸던 저우융캉은 2012년 11월 제18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 체제가 출범하는 것과 함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고 그 이후 공산당 기율위원회의 조사가 시작되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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