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예수 믿는 것 맞습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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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44) 감독이 또 한 편의 문제적인 다큐멘터리를 내놓았다.

그의 신작 ‘쿼바디스’(12월 10일 개봉)는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한국 교회의 부패와 추악한 비리를 들춘다. 말 그대로 성역을 허무는 시도다. 그는 ‘트루맛쇼’(2011)에서 방송사와 맛집 사이의 숨은 거래를 폭로했고, ‘MB의 추억’(2012)에서는 당시 현직 대통령을 신랄하게 풍자했다. 신작의 제목 ‘쿼바디스’는 ‘어디로 가십니까’를 뜻하는 라틴어 표현이다.

김재환 감독은 이를 빌려 한국 교회가 지금 어디로 가는지 묻는다.

-개신교 신자라고 들었다. 어떤 계기로 ‘쿼바디스’를 만들게 됐나.

“모태 신앙이다. 어머니는 지금도 새벽 기도회를 빠지지 않는 독실한 신자다. 나도 1995년부터 17년 동안 대형 교회 중 하나인 온누리교회에 다녔다. 지금은 작은 교회에 다니고 있다. ‘쿼바디스’는 ‘트루맛쇼’를 찍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제작을 말렸다. 한데 한국 개신교가 지닌 일그러진 욕망과 그 방향성을 다룬 작품이 한 번도 상업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또 개신교 신자만이 교회 안의 은밀한 욕망을 속속들이 알 수 있고, 교회 측의 반격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부담감과 의무감을 동시에 안고 제작에 뛰어들었다.”

-그렇다면 주요 관객층으로 신자들을 겨냥한 건가.

“그렇진 않다. 내가 겨냥한 관객은 세 부류다. 교회 개혁을 바라지만 교회 안에서 침묵하는 사람, 실망과 상처를 안고 교회를 떠난 사람 그리고 신앙인은 아니지만 교회에 비판적 시각을 지닌 사람이다. 그런 이들에게 진짜 예수를 알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찍었다. 기업처럼 변질된 대형 교회의 현실을 자각하고 이를 통렬히 비판하는 기독교인들의 모습도 다큐에 많이 나온다. 현재 대형 교회의 모습은 예수의 가르침과 전혀 다르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다.”

-구성이 독특하다. 미국의 유명한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를 패러디한 캐릭터인 ‘마이클 모어’가 등장해 실제 상황을 지켜보거나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한다. 감독의 입장을 대변하는 장치인가.

“그보다는 대형 교회 목사들이 전혀 인터뷰에 응하지 않아 만든 설정이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만날 수 없는 사람을 좇는 다큐의 대가다. 그를 패러디해서 이번 다큐 제작 과정의 한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마이클 모어’가 외국인이라는 설정도 중요했다. 한국 교회의 문제는 오래된 현실이다. 국내에선 당연한 듯 여겨지는데, 외부인의 시선으로 보면 완전히 색다를 것 같았다. 또 ‘모어’는 그리스어로 ‘바보’를 뜻한다. 모어의 시각에선 한국 교회가 바보처럼 느껴질 것 같았다.”

-마이클 모어가 대형 교회 목사를 연기하는 배우들과 나누는 인터뷰 내용은 어떻게 만들었나.

“궁금한 질문은 모어의 입을 통해 던지고, 답변은 당사자인 목사들의 주일 설교·인터뷰·보도 자료·글 자료 등에서 추출해 재구성했다. 배우들이 극 중에서 연기하는 모습도 실제 목사를 모델로 삼았다. 예를 들어 ‘긍정의 힘’을 반복해서 말한다거나 영어를 섞어 말하는 것도 실제 인물의 모습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유독 하늘에서 교회 건물을 내려다보는 부감 숏이 많다.

“하나님이 교회를 내려다보는 시선을 담고 싶었다. 하늘에서 보면 큰 교회든, 작은 교회든 모두 똑같이 보잘 것 없다고 느껴지길 바랐다.”

-여의도 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 목사의 경우 감독이 직접 따라가며 질문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에게 ‘예수를 믿는 것 맞습니까? 목사님이 믿으시는 분 예수 맞아요?” 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게 인상적이다.

“다른 목사들은 모두 만나지 못했다. 조 목사는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출두했다. 거기서 죽치고 기다리다가 만났다. 만나기 전에는 ‘예수를 믿는 게 맞냐’는 말을 두고 한참 고민했다. 얼마나 비극적인 상황인가.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의 목회자에게 예수를 믿냐고 묻는 상황이. 그런데 현장에서 그와 부딪치자 감정이 매우 격해졌다. 준비하지 않은 다른 말까지 마구 나왔다.”

-그 외에도 대형 교회의 여러 목회자를 다뤘는데, 어떤 기준으로 선별했나.

“『다시, 프로테스탄트』(양희송 저)라는 논픽션에서 한국 교회를 분석하고 비판한 세 가지 프레임을 빌려왔다. 성직주의, 성장주의, 승리주의가 그것이다. 이를 상징할 수 있는 사건을 뽑았다. 이를테면 다큐가 다루는 한 목사의 성추행 사건은 성직주의란 프레임으로 볼 수 있다. 신과 사람 사이에 또 다른 지위를 설정하고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성직주의다. 그는 성추행 혐의로 지탄을 받은 뒤 어떤 설교에서 ‘목사를 비판할 수 있는 자는 하나님밖에 없다’는 식의 말을 한다. 하나님이 말한 용서를 자기 멋대로 해석한 것이다. 성직주의의 전형적 사례다.”

-취재를 거듭하면서 결국 교회를 타락하게 한 원인을 무엇이라고 봤나.

“고신대 손봉호 교수가 말했다. 모든 개신교 문제의 배후엔 돈이 있다고. 돈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절대로 개혁이 이뤄질 수 없다. 그것을 드러내고 폭로하고 비판하는 작업이 여기저기에서 나와야 한다. 이후에 더 많은 다큐와 극영화가 현 개신교 문제를 다루길 바란다.”

-극장 개봉에 앞서 상영회 등을 통해 이 다큐를 선보이면서 관객의 반응도 접했을 텐데.

“기독교인이 아닌 관객이 다큐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진짜 예수의 모습과 ‘개독’인들을 구분하게 됐다고. 나는 교회의 문제는 더 이상 교회 안에서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외부의 힘을 빌려야 하는데, 그 전에 중요한 게 세속과의 대화다. 대화를 이끌기 위한 물꼬를 튼 것 같아 뿌듯했다.”

-지금까지 만든 세 편의 다큐 모두 논쟁적인 성격이 두드러진다. 궁극적인 바람은 뭔가.

“사회성 짙은 다큐를 만드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견인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 나 역시 그렇다. ‘트루맛쇼’를 1만2000여 명이 봤고, ‘MB의 추억’을 1만4000여 명이 봤다. 누구는 적은 숫자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내겐 특별하다. 무엇을 만들든, 어떤 방식으로 유통 되든, 많은 사람이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좋겠다. ‘돈 좀 버는 작품부터 하고 이런 다큐를 찍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선배의 말도 들었다. 돈 되는 휴먼 다큐를 찍을 수도 있지만, 팩트를 기반으로 내 주관적 관점을 전하는 사회성 짙은 다큐에 매력을 느낀다.”

글= 윤지원 매거진M 기자
사진=라희찬(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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