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과 다른 수익 구조 … 공멸 위기 부를 수 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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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시즌의 막이 내렸어도 프로야구는 여전히 스포츠 뉴스의 중심에 서 있다. 무섭게 치솟는 자유계약선수(FAㆍFree Agent) 선수들의 몸값 때문이다. 시장 경쟁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보는 시각도 있지만, 도가 지나친 '광풍'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할까. 한국 구단이 참고했다는 일본프로야구(NPB)의 FA 사례에 비교해 우리의 상황을 분석해봤다.

한국프로야구에서 FA 자격은 통상 프로 진출 이후 아홉 시즌을 뛴 선수들에게 주어진다. 4년제 대학 졸업 후 프로로 입성한 경우엔 여덟 시즌 뒤부터 자격을 얻는다. 올해엔 최정ㆍ박진만(이상 SK), 박용택(LG), 송은범(KIA) 등 21명이 해당 선수다.

최근 몇 년간 프로야구의 FA 시장은 크게 달라졌다. 발단은 2011년 11월 이택근(34)의 LG에서 넥센으로의 이적이다. 옵션 포함 4년 총액 50억원을 받는 계약이었다. 이택근의 이적 이후 암묵적으로 ‘4년 50억원’이라는 기준이 생겼다. 2012년 11월 김주찬(33)이 롯데에서 KIA로 이적하면서 이택근과 동일한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보장액은 김주찬이 더 많다)

한술 더 떠 2013년 11월 롯데 포수 강민호(29)는 당시 역대 최고 기록인 4년 총액 75억원을 받으며 원 소속팀에 잔류했다.

이 기록은 최근 SK 최정(27)에 의해 다시 깨졌다. 최정은 4년 총액 86억원으로 소속팀에 남았다. 최근 장원준(29)은 롯데에서 두산으로 이적하면서 4년 총액 84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두산 베어스로 이적한 장원준의 경우 원 소속팀이었던 롯데 자이언츠가 우선협상기간이 끝난 이후 4년간 최대 88억원이라는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보도됐다. 구단은 삼성 라이온즈가 윤성환을 붙잡으며 맺은 4년 총액 80억원의 계약과, NPB에서 지바 롯데 마린즈에서 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스로 이적한 투수 나루세 요시히사의 계약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일본에는 FA 과열 방지책 존재

그렇다면 나루세의 계약 내용을 살펴보자. 그는 3개 구단의 영입 쟁탈전 끝에 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스와 3년 총액 6억엔(55억6000만원)에 계약했다. 이를 4년으로 환산하면 총액 8억엔이다. 장원준의 보장금액은 80억원이었으므로 양쪽의 계약은 일견 비슷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엔 큰 차이가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FA 계약과 NPB의 FA 계약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NPB의 FA 계약에 대한 조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FA를 선언한 선수의 다음 시즌 연봉은 현상 유지가 최대한도다. FA 시장이 과열되는 것을 방지하는 조치다. 하지만 NPB에서는 계약기간이나 인센티브와 관련한 계약, 그리고 FA 계약 이후 2년차부터의 연봉 인상에 대해서는 제약을 두지 않는다. FA 계약 이후에는 전반적인 선수 계약을 구단에게 일임한다는 의미다. 둘째, FA 계약 중 계약금과 관련해서는 다른 구단으로 이적하는 경우에는 다음 시즌 연봉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 최대한도다. 물론 계약 내용에 따라서 계약금이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KBO는 NPB와 달리 이런 제도적 안전장치가 약하다. 대표적인 예가 계약금이다. 현재 KBO의 FA 계약에는 계약금 제약이 없다. 2010년 KBO는 ‘FA 선수들에게 계약금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삭제했는데, 이는 구단들이 이 규정을 준수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조항의 삭제는 구단들의 경쟁적인 계약금 인상을 촉발했다.

메이저리그도 계약금 비중은 적어

이제 나루세의 계약을 살펴보자. 올해 나루세가 원 소속팀인 지바 롯데 마린즈에 받았던 연봉은 1억4400만엔이었다. 따라서 내년에 나루세가 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받을 수 있는 최대 연봉은 1억4400만엔이다(실제로 나루세는 야쿠르트와 내년에 연봉 1억4400만엔을 받는 것에 합의). 또한 나루세가 야쿠르트에서 계약금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금액은 규약상 올해 연봉의 절반인 7200만엔을 넘길 수 없다.

만약 나루세가 계약금을 최대치로 받았다고 가정하면, 2015년을 제외하면 2016년과 2017년 야쿠르트에서 받을 수 있는 총액은 3억8400만엔이다. 이를 연봉으로 환산하면 1억9200만엔으로 현재의 연봉에 비해 그렇게 큰 상승은 아니다. 설령 그가 야쿠르트에서 계약금을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의 2016년과 2017년의 평균 연봉은 2억2800만엔으로 현재 연봉에서 60% 정도 오른 금액이다.

이제 장원준의 경우를 보자. 두산 베어스가 제시한 4년 총액 84억원은 계약금 40억원, 연봉 10억원, 그리고 옵션 4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계약금이 옵션을 제외한 계약 총액에서 정확히 절반에 해당한다. 이 큰 비율의 계약금이 최근 KBO의 FA 시장 과열에 큰 몫을 차지한다. NPB는 물론이고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계약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KBO와 비교하면 지극히 적은 편이다. 최근 FA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보스턴 레드삭스로 이적한 ‘쿵푸팬더’ 파블로 산도발의 경우 보스턴 레드삭스와 5년간 9500만 달러에 계약했는데, 그 중 계약금은 3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장원준은 2014년 연봉 3억 2천만원에서 2015년 연봉 10억원으로 200%가 넘는 연봉 인상률을 기록했다. 결국 롯데 자이언츠가 참고했다는 나루세의 계약은 단순히 ‘총액’에만 촛점이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롯데 자이언츠가 장원준에게 제시했다는 이 조건에 발목이 잡혀 두산 베어스도 거의 비슷한 조건을 장원준에게 제시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 구단들 수익 개선 어려워

일반적으로 프로야구 구단의 수입은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된다. 경기장 수입, 중계권 수입 그리고 스폰서 광고 수입이다. 우리나라 구단의 경우 MLB나 NPB 구단과는 달리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기장 수입과 스폰서 광고 수입을 구단들이 온전히 다 가져갈 수 없다. 구장의 소유권이 구단이 아닌 지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중계권 수입도 MLB나 NPB와 같이 구단 별로 독립적인 것도 아니다. KBO의 산하 기구가 각 구단에 균등하게 분배하는 시스템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국내 프로야구 대부분의 구단들은 모기업의 지원금이 없을 경우 적자에 허덕일 수 밖에 없다.

국내 프로야구의 인기가 아무리 높아진다해도 이같은 구조가 지속되는 한 획기적 수익증대를 바랄 수 있는 구단은 한 곳도 없다. 이런 가운데 지금과 같이 FA 시장이 해마다 과열 양상을 보인다면 어떻게 될까. 건전한 수익 구조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과소비는 프로야구 전체의 공멸을 불러올 수도 있다. 정말로 심각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그래서 각 구단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의 FA 시장을 정상적이라고 보는가.

박관우 스포츠 칼럼니스트 kwpark@kaist.ac.kr

박관우 칼럼니스트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생명화학공학과로 학사를 마친 뒤 동 대학원에서 같은 전공으로 석·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류현진 등 주요 선수들의 각종 기록 통계와 팀별 각종 수치를 활용해 한·미·일 프로야구에 대한 글을 써왔다. 수면 시간이 짧은 생활을 하며 전 세계의 주요 스포츠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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