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치락 뒤치락 8년 한강 모래섬 송사|재항소심서 땅주인일부승소…대법판결 남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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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강 한가운데에 수몰된 30여만 평의 모래섬에 대한 손해배상을 둘러싸고 땅주인 측과 건설회사가 엎치락뒤치락하는 법정투쟁 끝에 8년만에 재항소심에서 4억원을 땅주인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이 났으나 대법원이 건설회사 측의 상고허가신청만 받아들이고 땅주인의 신청은 기각해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주목되고 있다.

<4억원 배상판결>
대법원 민사부는 5일 땅주인이자 원고인 이순화씨(57·여·서울서교동485의19)와 피고인현대건설 측의 상고허가신청에서 현대측의 상고는 허가하고 원고 이씨의 신청은 기각결정했다.
이에 앞서 재항소심인 서울고법은 원고이씨와 독립참가인 진태인씨 (67·서울연희동487) 등이 현대건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현대건설은 원고 이씨에게 2억40만8백50원, 진씨에게 1억9천7백28만3천8백90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판결을 내리자 쌍방이 모두 불복, 상고 허가신청을 냈었다.
이로써 「주자도」「옥수동섬」으로 불리는 서울옥수동86 모래섬 사건은 74년 소송제기 이후 2년만에 한번씩 승패가 엇갈리다 다시 피고 측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됐다.
이 사건은 당초 원고 이씨가 11억3천여 만원, 같은 땅주인인 진씨가 독립참가인으로 1억9천여 만원의 배상을 요구한데다 76년 원고 측의 1심 승소 이후 김모씨가 다시 땅주인이라며 독립참가인으로 1억3천여 만원을 요구하는 등 솟가가 엄청나 그동안 원고·피고 측이 낸 소송인지대만도 1억여 원에 달한다.
또 고법이 판결문에서 73년3월 이후 완제일까지 연5푼의 이자를 지급토록 밝혀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손해배상액 4억원의 절반쯤인 2억여원이 이자로 추가로 지급되어야할 판.

<인지대만 1억원>
워낙 큰 사건이라 양측의 법정다툼도 거의 결사적이어서 소송기록만 1만여 페이지에 도면·계산서 등 참고자료를 합치면 소형캐비닛을 가득 메울 정도다.
또 그동안 이 사건의 소송대리인으로 선임됐던 변호사가 양측을 합쳐 15명에 이르고있다.
원고 이씨가 처음 소송을 제기한 것은 74년11월.
현대건설이 서울시의 한강개발계획에 의해 강변도로 매립과 포장을 위해 압구정동336 공유수면매립허가를 받아 공사를 하면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던 모래섬에서 모래·자갈 등을 파내 수몰시켰으니 이를 배상하라는 것이었다.
또 이씨와 공동소유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진씨도 독립참가인으로 가세했다.
쟁점은 수몰된 주자도를 사유재산권으로 보느냐 아니면 국유하천으로 보느냐의 여부였다.
피고인 현대건설 측은 이 모래섬이 한강구역에 편입된 국유하천으로 건설부장관으로부터 공유수면매립허가를 받는 등 절차를 밟았으므로 배상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모호한 고시 때문>
64년 건설부가 『강물이 계속 흐르고 있는 토지로서 상당한 유속(유속)으로 흐르는 모양과 흔적을 나타낸 토지는 국유하천으로 하되 홍수 등의 자연현상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그런 상황인 토지는 제외한다』는 모호한 고시를 한 것이 문제였다.
원고 측은 이 땅이 지도상 엄연히 섬으로 나와있고 일제시대에는 버드나무가 자라는 농경지였으나 을축년 (1925년) 수해 때 홍수로 모래·자갈이 쌓여 모래섬으로 된 것을 현대측이 수몰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섬의 등기부상의 첫 소유자는 한말 개화론자 박영효로 이섬에 정자를 짓고 별장으로 사용했다는 것. 그러나 수구파가 득세하자 고종이 한 때 몰수했다가 개화파가 우세하여 다시 박영효에게 하사했다는 기록도 제출했다.
2년만인 76년10월1심인 서울민사지법은 『현대건설은 원고 이씨에게 9억3천여만원, 진씨에게 1억9천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원고승소판결을 내렸다.

<피고 상고만 허가>
현대측이 매립공사를 위해 이 땅의 모래등을 임의로 채취, 수몰시켜 토지의 기능을 상실토록 했으므로 배상책임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시 2년 후인 78년8월 서울고법은『국가 소유의 한강하천구역으로 봐야한다』며 1심을 깨고 현대 측에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2년 만인 80년8월 『2심이 홍수 기타 자연현상에 의해 일시적으로 나타난 수위를 근거로 국유하천으로 판결한 것은 잘못』이라고 밝혀 파기 환송함으로써 또 승패가 뒤집혔다.
이에 따라 또 2년 뒤인 지난 5월 서울고법이 4억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측에게 일부승소판결을 내렸으나 청구금 모두를 인정받은 진씨를 제외한 원·피고 측이 상고허가신청을 낸결과 결국 피고 측의 신청만 받아들여져 현대는 방어벽을 친 상태에서 공격만 가능하게 됐으나 아직 승패는 미지수인 것이다. <권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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