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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 문체부 절반 장악 … 거의 쿠데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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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문체부 체육국장 쪽지에 교문위 파행 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화체육관광부 김종 제2차관(오른쪽)이 우상일 체육국장으로부터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라고 적힌 쪽지(아래 사진)를 건네받고 있다. [김성룡 기자], [뉴시스]
이 쪽지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회의가 파행했다. 회의는 김종덕 장관과 우 국장이 사과한 뒤 속개됐다. [김성룡 기자], [뉴시스]

“지금 밖에서 들리는 것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잘 안 돌아간다고 얘기합니다. 김종 2차관이 설쳐대가지고 문체부가 올스톱되고 있다고 그럽니다.”

 지난 10월 24일 문체부를 상대로 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의 국정감사.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이 김종덕 문체부 장관을 매섭게 몰아쳤다. 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운 이른바 친박 인사다. 그런데도 지난해 10월 취임한 뒤 ‘체육계 실세’로 떠오른 김 차관에 대해 비판의 소리를 쏟아낸 것이다. 한 의원은 국감 직전 문체부가 여당과 상의 없이 조직 개편을 하는 과정에서 2차관의 담당 영역이 ‘관광·레저’까지 포괄하게 된 것을 문제 삼았다. 이 과정에서 문체부 1급 6명이 옷을 벗었다.

한 의원은 “조직 개편하는 데 당정 간 서로 통보 같은 것을 하면 안 되느냐”며 “조직의 반을 2차관이 장악하게 됐는데 이건 거의 쿠데타 같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스포츠) 토토 문제도 있고 체육계 문제도 있는데 당쪽에 얘기 안 하고 은근슬쩍 해버리면 되겠느냐. 김 차관은 ‘다 말아먹는다’는 얘기를 유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5일 일부 언론에 “김종 차관은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하나로 묶어서 생각하면 정확하다”고 주장하면서 김 차관이 문체부 내부 ‘비선 권력 암투설’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유 전 장관은 “(인사청탁 등은) 항상 김 차관이 대행했다. 김 차관의 민원을 이재만 비서관이 V(대통령)를 움직여 지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또 지난 7월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이 전격 사퇴한 것도 김 차관의 “인사 장난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차관은 5일 유 전 장관의 주장을 부인하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10월 교문위 국정감사에서 이미 김 차관의 ‘과도한 영향력’을 지적하는 주장이 많았다. 공교롭게도 문제를 제기한 쪽은 대부분 여당 의원이었다. 당시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은 “(이러다간) 장관님 허수아비 됩니다. 통솔해야 됩니다. 두 차관(문체부 1, 2차관)은 장관님이 잘할 수 있도록 보좌를 정확하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새누리당 염동열 의원은 김 차관 취임 후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장을 강릉으로 옮긴다는 얘기가 나온 것과 관련, “평창에선 김 차관을 처벌하라고 한다”고도 주장했다.

10월 7일 국감에서도 한 의원은 “스포츠 3.0 위원회 구성을 보니 위원장도 한양대 경제학과 출신, 최모 위원도 한양대 스포츠심리학 박사, 김모 위원도 한양대 겸임교수, 박 모 위원도 한양대 석사”라며 한양대 출신인 김 차관을 겨냥했다.

 한 의원은 5일 본지와 통화에서 김 차관의 인사 문제를 거론한 데 대해 “김 차관이 문체부에 온 뒤 체육국장·체육정책과장 등이 한양대 출신으로 바뀌었다. (한양대 출신인) 이재만 비서관 등 문고리 권력이 배경에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김 차관이 체육계를 사유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강태화·천권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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