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거엔 돈이 안 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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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성유권자들의 정치열이 남자보다 높아 「남녀차이」라는 새로운 현상이 일었다는 이번 선거에서 미국최초의 여성주지사가 나오리라는 기대는 깨져버렸다.
이번에 2명의 여성후보가 나왔는데 모두 낙선했다.
아이오와주지사에 출마한 「콘린」여사(민주당)는 초반에 리드하다가 지난해 지방세를 한 푼도 안낸 것이 밝혀져 역전패.
역시 민주당후보인 버몬트주의 「쿠닌」후보는 처음부터 저조했다.
○…주지사선거에서 가장 돈을 많이 쓰고 낙선한 사람은 뉴욕주지사에 출마한 「레어먼」후보(공화당). 그는 1천 3백 50만 달러를 썼는데 이중 자기 돈이 8백 50만 달러.
약방연쇄점주인인 이 억만장자는 「레이건」의 정책을 적극 옹호해 그의 당락이 「례이건」 인기의 바로미터처럼 여겨졌었다.
그의 낙선은 돈을 너무 쏟아 넣으면 오히려 유권자의 배척을 당할 수 있다는 예로 지적되고있다.
○…한때 유엔대사로 있으면서 제 3세계를 비외교적 언사로 공박해서 미국 내에서 인기를 얻었던 민주당의 「모이니헌」상원의원(뉴욕주)은 여성후보와 대결해서 큰 표 차로 재선됐다.
그러나 대단한 관록에도 불구하고 그는 2백 50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뿌려 공세를 폈는데 관록을 감안할 때 선거비용이 너무 지나쳤다고 구설수에 올랐다.
○…미 유권자들에게 이번 선거의 가장 큰 놀라움은 「제리·브라운」캘리포니아주지사(44)의 상원낙선이다.
민주당 대통령후보 지명전에 두 번이나 나섰었으며 이번에도 백악관을 노리고 워싱턴 정계진출을 시도한 「브라운」주지사는 캘리포니아 상원선거에서 샌디에이고 시장인 공화당의「피터·윌슨」후보에게 50만 표 차로 패배했다.
○…80년 선거 때 「프랭크·처치」등 4명의 쟁쟁한 진보파 상원의원들을 집중 공격해 떨어뜨려 기염을 토했던 극우보수단체 「전국보수정치활동위원회」는 이번 선거에서도 11명의 민주당 진보파 상원의원과 3명의 하원의원을 낙선시키려고 5백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뿌리며 공세를 폈으나 상원의원 「하워드·캐넌」 1명만을 낙선시키는데 그쳤다.
○…이번 선거에서는 현직 흑인하원의원 l7명이 전원재선 됐으며 적어도 4명의 흑인후보들이 새로 당선돼 흑인의원 수는 종전 18명에서 21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흑인으로는 미국사상 처음으로 주지사당선이 확실시되던 「톰·브래들리」로스앤젤레스시장은 예상을 뒤엎고 공화당의 「조지·듀크미지언」후보에게 패배했다.
또 인종차별이 강한 미시시피에서 금세기 들어 첫 흑인의원이 되기 위해 출마한 「로버트·클라크」하원후보도 패배했다.
CBS방송은 이번 선거의 흑인유권자투표율이 51%라고 잠정 집계했으며 투표에 참여한 흑인유권자중 85%가 민주당후보에 표를 던진 것으로 보도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한국과 관계가 있었거나 한국관계발언을 많이 한 의원들은 상·하원을 막론하고 모두 당선됐다. 상원에선 민주·공화 양당에서 각 1명씩만이 낙선됐을 뿐이어서 한국과 인연이 있는 의원이 모두 재선됐고 하원에서는 「솔라즈」아시아태평양소위 위원장, 「프리처드」아시아태평양위간사, 「블룸필드」외무위간사, 「코엘호」(쌀 수입관계로 문제를 제기했던 사람), 「벙커」인권위위원장 등이 모두 당선됐다.
○…아폴로 우주선을 타고 달 착륙을 했던 「슈미트」상원의원(공·뉴멕시코주)은 이번 선거에서 낙선한 유일한 공화당 현직상원의원.
주법무장관인 민주당후보 「벙거먼」은 「슈미트」의원이 대해 『달나라에선 잘했는지 몰라도 지상에 와서는 이렇다할 실적이 없다』고 공박해서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은 듯.
○…한때 『인종차별은 영원히』란 슬로건을 내걸고 3번이나 앨라배마주지사를 역임한「조지·월리스」는 이번에 아이로니컬하게도 흑인유권자들 표의 힘으로 4대째 주지사로 당선됐다. 그는 79년 이후 은퇴했었다.
72년 대통령 출마운동을 하다가 총격을 당해 현재까지 휠체어신세를 지고있는 그는 자기는 『거듭난 민중의 친구』라며 인종차별정책은 끝장났다고 역설. 흑인들은 다른 후보가 오히려 「월리스」보다 인종차별주의자 같아서 「월리스」에게 표를 찍었다고.
○…공화당 상원원내총무 「하워드·베이커」의원(이번이 재선차례가 아님)의 26살 난 딸「시시·베이커」양이 테네시주에서 하원후보로 출마, 아버지의 후광 속에 열심히 뛰었으나 민주당후보 「짐·쿠퍼」에 참패했다.
○…지난해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꾼 펜실베이니아주 「아킨슨」하원의원은 민주당의 신참후보 「콜터」와 대결했다가 참패.
「콜터」후보는 실업률이 20%를 넘는 강철생산지역에서 「아킨슨」은 노동자들을 배반했다고 공박해 큰 호응을 받았다.
【워싱턴=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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