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노조, 김쌍수 부회장 초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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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22일 서울 문래동 LG전자 강서빌딩 1층 강당에서 눈에 띄는 행사가 열렸다. 이 회사 노동조합 간부 20여명이 김쌍수 부회장을 초청해 '특별 간담회(사진)'를 연 것이다. 올 하반기 대내외 경영 환경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 노조가 도울 일이 무엇인지를 직접 최고경영자(CEO)에게서 듣는 자리였다. 노조가 먼저 CEO에게 특별 간담회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LG전자 관계자는 밝혔다. 김 부회장도 다른 일정을 취소하면서까지 흔쾌히 노조의 초청을 받아들였다.

먼저 장석춘 노조 위원장이 "보통 노사관계가 대립관계라지만 우리는 아니다. 하반기는 상반기 보다 더 어렵다고 하는데 어떻게 극복할지 함께 고민해보자"며 입을 뗐다. 김 부회장은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40% 이상 줄었다. 하반기에도 고유가와 환율 때문에 경영 환경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사업부문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적자를 낼 것 같다. 휴대전화도 상당 기간 고전할 것이다"고 회사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 대목에서 간담회의 분위기가 싸늘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LG전자 노조간부들은 "우리가 회사를 도울 수 있는 일은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며 "생산현장에서 원가절감과 제품경쟁력 향상에 앞장서겠다"며 경영진에 힘을 실어줬다.

LG전자 노조 관계자는 "외환 위기 땐 회사 측이 먼저 노조에 협조를 요청했는데, 이번엔 우리가 먼저 CEO를 초청해 경영 상황을 들고 협조할 뜻을 전달한 것"이라고 이날 간담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한편 간담회에서 LG전자 노조는 김 부회장에게 현장 경영을 계속하라는 의미로 운동화를, 김 부회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해달라며 휴대전화를 노동조합 집행부에게 전달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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