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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숭맹숭은 싫다 … 맥주는 더 진하게, 더 독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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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소주와 달리 맥주시장에선 ‘진한 맛’ 경쟁이 한창이다. 알코올 도수도 기존 제품보단 0.5도 가까이 올라가고 있다. 요즘 국내 맥주업체가 출시하는 신제품은 대부분 올몰트(All Malt) 맥주에 맞춰져 있다. 최근 나온 클라우드(롯데주류), 더 프리미어 오비(오비맥주), 맥스(하이트진로) 등이 모두 올몰트 맥주다. 올몰트 맥주는 굳이 분류하자면 제조방법상 라거맥주다. 다만 라거보다 숙성기간이 길다보니 홉의 향이 짙고 맛이 깊은 게 특징이다.

 기존 맥주시장은 라거 일색이었다. 라거맥주는 10도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 발효시켜 탄산의 시원한 청량감을 낸다. 여름철 맥주 소비가 많고 소주에 타먹는 ‘폭탄주’가 유행하는 시장에서 라거맥주가 90% 이상 팔리는 이유다. 하지만 라거맥주는 홉의 깊은 맛과 진한 향이 덜하다. 최근 2~3간 ‘국산 맥주는 맹숭맹숭하다’고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이유다. 이는 수입맥주 때문이었다. 일본의 올몰트 맥주인 이치방시보리(기린), 더 프리미엄 몰츠(산토리) 등이 인기몰이를 하면서다. 맥주 애호가들이 이같은 수입맥주에 맛을 들이면서 국산 라거맥주에 실망감을 표한 것이다. 여기에 수입산 에일맥주를 찾는 소비자도 늘었다. 에일맥주는 20도 내외에서 발효시킨 유럽식 맥주로 도수가 라거 맥주보다 훨씬 높다. 라거나 올몰트 맥주보다도 훨씬 풍부하고 진한 맛을 낸다. 지난달 관세청 수출입 실적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맥주 수입량은 8만9397 톤, 수입액은 8412만 달러였다. 지난해보다 각각 18%, 19%가 증가했다. 특히 수입맥주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을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일부 제품은 국산맥주보다 가격도 더 싸졌다.

 하지만 국내 맥주업체들은 에일보다 올몰트 맥주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에일맥주는 라거보다 생산비가 훨씬 많이 들고 일부 젊은층을 제외하곤 시장도 아직 크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맥주업체의 생산라인이 모두 라거에 맞춰져 있는 상황에서 시장이 크지 않은 에일로까지 생산을 확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는 거다. 현재 올몰트 맥주시장 규모는 전체 맥주시장의 약 15%(2조원) 가량 된다. 하이트진로의 맥스가 7%, 오비맥주의 골든 라거(더 프리미어 오비)가 5%, 롯데주류의 클라우드가 2% 정도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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