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의 소곤소곤 연예가] 싸이, 이 남자의 스트레스 해소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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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비가 오려나…. 발목이 욱신거린다. 곰곰 생각해보니 얼마 전 우연찮게 홍대 앞 클럽에서 싸이의 공연을 봤다. 아뿔싸, 그날 하이힐을 신고 나도 모르게 겅중겅중 뛴 후유증인가 보다. 하지만 100만년 묵은 스트레스를 오랜만에 훌훌 털어 버린 것에 비하면 견딜 만한 즐거운 통증이다. 그런데 스트레스 제로일 것 같은 싸이에게도 과연 고민은 있을까?

"제가 보기와 달리 예민하고 꼼꼼한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자잘한 스트레스가 많은 편이죠. 예를 들어 옷이나 머리 스타일이 맘에 안 들면 하던 일 멈추고 곧장 집으로 가는 것은 기본이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히려 큰 스트레스에는 대범합니다."

예를 들어, 몸이 살짝 안 좋아 병원에 가면 도대체 어떻게 참았느냐며 의사가 깜짝 놀랄 정도로 고통에 둔감하다고. 덕분에 아프지 않더라도 병원에 자주 오라는 처방까지 받았다. 그러나 몸이 아니라 맘이 아프면 의사보다는 친구를 찾는다는데.

"제일 친한 초등학교 친구 12명과 기분 좋게 술을 마셔요. 그러면 언제 우울했느냐는 듯 거짓말처럼 싹 낫죠. 그런데 최고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뭐니뭐니해도 공연이더라고요."

특히 학교 축제는 방전된 그의 몸과 마음을 가득 채우는 최고의 에너지 충전소. 노래 듣는 학생들보다 그가 더 힘이 나는 덕분에 봄가을 예식 축가는 못해줘도, 대학 축제에는 열 일 제쳐두고 버선발로 뛰쳐 간다. 이때 비축한 힘이 싸이만의 월동준비라고.

"항상 12월 말에 제 단독 공연을 하거든요. 일 년 동안 여러 무대에서 보여줬던 제 모습들 중 가장 호응이 좋았던 것만 모아 모아서 직접 구성을 하죠. 많은 분들이 제 말주변이나 행동이 돌발적인 것으로 생각하는데, 보기와 달리 엄청난 연습을 통한 후천적 노력형 가수입니다."

관객이 어디서 함께 뛸지, 웃을지 치밀하게 계산된 싸이의 공연 시나리오. 지난해는 단 한 사람의 관객을 위한 깜짝 이벤트도 만들었다. 그동안 까맣게 속 태운 적밖에 없는 아버지를 위해 못다한 말 노래로 대신 불렀다는데.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들을 영상에 담고, 제가 만든 '아버지'란 노래를 직접 불렀어요. 아버지도 울고, 저도 울고. 공연을 통해 난생 처음 효도라는 것을 할 수 있게 한 제 직업이 너무 고맙더라고요."

그후, 부모님께 보여도 부끄럽지 않은 공연이 되기 위해 싸이는 지금도 어디선가 모옵~시 고민 중일 게다. 그가 올 겨울 어떤 공연으로 관객을 울고 웃길지 기대에 앞서, 난 편안한 운동화나 한 켤레 준비해야겠다.

방송작가 joozoo21@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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