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있어도 상담실을 안찾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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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청소년지도의 중요한 방법으로 인식되고있는 중·고등학교의 학교상담은 누가 어느 장소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지도하는가에 따라 그 성과여부가 달려 있다.
성신여대 사범대 교육학과주최 제2회 교육연구세미나에서는 27일하오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학교상담에 관한 조사연구」(지도교수 이공형)를 통해 학교상담실 운영 현황과 상담교사의 역할, 당면과제등을 논의했다.
이 조사연구는 지난 9월1일부터 10월25일까지 서울 시내 8개의 남녀 중·고생 3백20명과 상담교사 18명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는데 『청소년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 해결을 위한 상담활동이 특히 학교에서는 지나치게 형식적이어서 교사보다는 친구들과 모든 문제를 의논하는 실정』이라고 분석, 상담실 운영을 위한 행정적인 지원과 전문적인 상담교사 양성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원래 학교상담은 57년 학교 상담자를 양성하기위한 단기교육을 시발로해서 시작된 상담활동이 62년 학생지도연구소 설립으로 대학에까지 확대됐고, 62년 「한국카운슬러협회」의 조직으로 최근에는 학교 뿐아니라 청소년복지기관·산업현장에까지 점차 그 활동영역이 확산되고 있다.
학교상담에 있어 우선 학교생활의 만족도는 「만족하기지 가끔 불만족한 면이 있다」가 71·6%로 가장 높고 「만족하기보다는 불만족한 면이 더많다」(14·1%) 「만족한다」(8·4%)순. 전반적으로 중학생이 고등학생보다 학교생활을 만족스러워하며 고등학생 중에는 여학생들이 불만이 더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현재 학생들의 문제점으로는 「성적및 진학문제」(69·4%)가 절대적으르 가장 심각하고 그다음이 「신체적 문제」(13·1%) 「친구문제」(7.8%) 「이성및 성문제」(5·6%).
특히 어려운 처지에 부닥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다른 사람과 의논하여 도움을받기」(23·7%) 보다는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66·9%)하거나 「잊어버리는 경향」(8· 7%)을 취하고 있어 흥미롭다.
학교상담실 운영에 대한 필요성은 85·5%가 필요하다고 인식은 하면서도 유익한 의논대상자로는 「상담교사」나「담임교사」(10·3%)보다「친구」(61.9%)나 「부모·형제」(27·5%)를 지적, 학생들이 교사를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학생의 경우는 더욱 두드러진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학업성적과 진로문제에 있어서는 담임교사(17·5%)의 비중이 높고 이성 및 성문제의 의논대상자로는 담임교사는 전혀 반응이 없는 대신 친구(77·5%)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다.
한편 상담을 받은 학생은 48·9%로 받지않은 학생(50·8%)보다 낮으며, 그 이유로는 결과에 대한 확신(28·2%)이 없고 비밀보장(6·8%)에 대한 신뢰가 낮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학생들이 기대하는 상담교사는 이해심이 많고 부드러우며 인간적인 사람(80·1%)임에 비해 현재 학생들의 눈에 비친 상담교사는 형식적(53·5%)이고 거리감(26·3%)을 느끼는등 지극히 부정적이다.
더구나 상담실을 찾은 경우가 자발적(22%)이기 보다는교사의 요구(70·4%)에 의한 상담이 대부분이어서 자연히 상담효과도 별로 도움을 받지못해(35·7%) 친구에게 적극 상담을 권하기(8·1%) 보다는 자신의 의사에 맡기거나(53·4%), 안내 정도 해주겠다(26·2%)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상담교사의 입장에서는 우선 학교운영상 상담 외에 다른 교과를 맡고 있어 전문화하기 어렵고 학생의 기록카드처리도 전문기관의 도움등 행정적인 지원이 부족해 상담실의 원활한 운영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학생들은 비밀보장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남학생들의 경우는 자신과 성이 다른 상담교사를 요구할 뿐더러 적은 나이 차를 원하고 있어 상담교사의 충원과 상담실 운영의 독자성이 더욱 강력히 요청되고 있다.
따라서 상담효과를 보다 높이기 위해서는 학생 스스로도 상담활동에 대한 이해를 해야 함은 물론 상담교사의 전문화와 부모·학교·전문기관의 행정적인 배려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할 것으로분석되고 있다. <육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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