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통일 준비하는 마음으로 천지 측량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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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지난달 15일 백두산 천지 측량을 마친 김석종 교수(가운데 학교 깃발 든 이)팀이 천지 표석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대구과학대 제공]

대구과학대 측지정보과 김석종(48)교수는 21일 백두산 천지를 측량 탐사한 결과 "천지 표석이 있는 지점에서 촛대바위까지가 2496.22m로 가장 길었다"고 밝혔다. 천지 표석에서 바위봉까지는 1879.66m, 천지 삼각점까지는 1996.22m로 나타났다.

백두산 천지가 실측된 것은 우리나라와 북한.중국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김 교수는 지난달 15일 재학생 등 17명과 함께 백두산에 올라 정밀 측량 장비(데오드라이트) 등을 이용해 천지 실측에 성공했다. 2년 동안 추진해 온 작업이 마무리된 것이다. 지난해 여름방학에도 두 차례나 천지에 올랐지만 악천후로 실패했다. 하지만 천지의 정확한 고도는 측정하지 못했다. 미국이 적대국에 반입을 금지하고 있는 위성항법장치(GPS)를 가져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 교수가 북한지역 측량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03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동북아 지적학회에서 북한의 김책공대 교수를 만나면서부터였다. 북한은 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땅 경계가 없고 탄광.땅굴 등 지하측량이 대부분이었다.

"모든 땅이 국유여서 경계가 필요없다는 것이에요. 통일 되면 측량이 큰 과제가 될 거란 생각에서 북한 땅에 대한 측량 작업을 기획하게 됐어요."

김 교수는 북한 김책공대 관계자들을 10여 차례나 만나 두 대학간 공동 연구 합의도 이끌어냈다. 통일에 대비, 북한의 측량 인력을 양성하고 북한 전역 실측을 위한 기초조사를 함께 벌이기로 한 것이다.

그는 북한 지역 측량에는 아직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가 다른 목적으로 쓰이지 않을까 우려해서인지 감시가 너무 삼엄해 활동에 제약을 받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설이 분분한 백두산 실제 높이 측량은 숙제로 남겼다. 실제 백두산 높이는 최고봉인 장군봉을 기준으로 우리 교과서는 2744m(1944년 일본 측량), 중국은 2749m, 북한은 2750m(1983년 측량)로 각각 다르다.

"측량은 각종 경제활동의 기초 자료입니다. 통일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이 작업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대구=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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