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연예계는 '주식투자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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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예·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주식투자가 유행중이다. 수입이 불규칙한 연예인들이 목돈을 쥐고 난 후 재테크의 수단으로 주식투자를 선택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주식시장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업계 관계자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 연예인들의 주식 재테크

과거에 연예인들의 주식투자는 자산운용의 한 방편이었다면, 최근에는 해당 기업에 지분 투자를 하거나 연예인이라는 신분상의 이점을 활용해 홍보이사 등의 직책을 맡아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영화배우 하지원은 코스닥 등록업체의 주식에 투자해 2개월여만에 1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지난 5월말 영화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가 코스닥 등록업체인 스펙트럼DVD를 인수할 때 함께 참여해 이 회사 주식 66만5000주(11.01%)를 평균 5560원에 매입했던 하지원은 지난 8일부터 11일 사이 36만4200주를 매각하면서 9억6800만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이 회사의 주식은 하지원의 지분 인수 소식을 발표한 이후 주가가 꾸준히 상승했으며, 이 같은 주가상승에 하지원의 '이름값'도 한 몫을 했으리라는 판단이다. 연예인의 주식투자 자체가 적지 않은 홍보 효과를 가져온 셈이다.

이 같은 '홍보 효과'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도 있다. 영화배우 조재현은 지난 5년간 벤처기업 디지탈디바이스의 홍보이사직을 맡아왔다. 조재현은 이 회사의 광고모델 등으로 활동하면서 출연료를 받는 대신 스톡옵션을 받았고, 지난 7일 5만주 전량을 행사해 2억원 가량의 차익을 얻었다.

이어 지난 18일엔 인기 댄스그룹 HOT의 전멤버였던 강타(본명 안칠현)도 연장계약의 댓가로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주식 2만주를 취득하게 됐다.

에스엠은 제3자배정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비등기이사인 강타에게 에스엠 주식 2만주를 배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강타는 기존에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는 잠재적 주주였지만 이번 증자를 통해 실제 주주가 됐다. 이번 증자에서 강타의 주식 취득가액은 주당 1만4500원(액면가 500원)이며 증자대금 2억9000만원은 오는 22일 납입할 예정이다.

같은날 배우 이동건과 권상우도 주주대열에 합류했다.

보안컨설팅업체인 여리인터내셔널은 권상우, 이동건, 최민수, 김사랑 등 연기자들이 소속된 아이스타시네마의 지분 51%를 56억원에 인수, 경영권을 취득했다고 18일 밝혔다.

여리인터내셔널은 아이스타시네마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이 회사 대표이사와 권상우,이동건,김사랑 등 소속연예인, 그리고 연예인들의 해외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일본의 아리오재팬에 여리의 주식을 배정하기로 했다.

3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제3자 배정방식을 통해 아이스타시네마 대표가 7억원, 권상우 10억원, 이동건 5억원, 아리오재팬이 5억원 규모의 주식을 배정받는다.

이로써 이들의 소속사인 아이스타시네마는 사실상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 하게되는 셈이다

하지원 강타 권상우 이동건 조재현 등의 경우처럼 연예인이라는 신분상의 이점을 활용하는 주식투자는 앞으로도 계속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주식시장에서 환영받는 엔터테인먼트

연예인뿐만 아니라 연예 매니지먼트를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주식투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바른손 팬텀 케이앤컴퍼니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 진출을 발표한 기업들의 주가가 잇따라 상승하는 등 주식시장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주목을 받자, 업계 관계자들이 이 같은 호기를 활용할 방법을 찾고 있는 것.

기존 산업분야와 달리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수익 및 가치평가가 쉽지 않지만 산업 자체가 주목을 받으면서 관련주식들은 주목을 받고 있다.

펜시 전문업체인 바른손이 송강호 송일국 등 유명 연예인을 영입하면서 연예매니지먼트 사업에 진출을 발표한 직후 주가가 급등하는 모습을 지켜본 매니지먼트 관계자들은 연예인이라는 소재가 주식시장에서도 충분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바른손과 팬텀의 사례는 사업다각화와 주가상승을 원하는 기존 상장사와 안정적인 투자금 확보를 원하는 매니지먼트사의 요구가 접점을 찾은 경우로, 제2의 팬텀을 꿈꾸는 중소 매니지먼트사들의 물밑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소 영화사들을 모아 주가상승을 이끈 케이앤컴퍼니의 사례 또한 업계 관계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중소 영화사들은 손쉽게 영화 제작비를 조달할 수 있고, 투자자들은 영화사의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각 영화에 직접 투자할 때 안게 되는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그러나 상주인력 등 보유자산이 거의 없고 과거 작품 경력만으로 판단해야 하는 영화제작사에 대한 투자 판단이나, 스타 연예인 영입의 실질적인 경제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 등 '불확실성'은 엔터테인먼트 주식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이 같은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주식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지, 대박을 꿈꾸는 업계 관계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매니지먼트 관계자가 말하는 주식투자 붐

톱스타가 소속된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연예계의 주식투자 붐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했다.

"최근 매니저들 사이에서는 주식투자가 가장 큰 관심사다. 팬텀의 사례가 매니지먼트 관계자들 사이에서 주식투자 붐을 촉발시켰다고 본다. 매니지먼트 산업의 수익 구조는 취약하고 매니저들은 박봉에 시달리고 있다. 자신의 유일한 무기가 연예인과 그들에 관한 정보인데, 이 정보가 바로 돈이 된다는 점은 큰 매력이다. 톱스타 연예인을 영입했다는 공시가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으니, 연예뉴스거리가 곧 돈이 된다는 것 아니겠나.

예전에는 이 정보를 마땅히 활용할 곳이 없었지만 최근 엔터테인먼트 관련 주식들이 많이 생겼고, 그만큼 활용도가 높아졌다. 또 팬텀과 바른손의 경우처럼 직접 M&A, 지분 투자에 나서거나 중소 매니지먼트사들이 연합해 주식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대기업 자본이 유입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까 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연말까지 우회등록으로 상장하려는 매니지먼트사가 두어 곳 더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머니투데이 스타뉴스=이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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