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경정, PC에서 여러 문서 출력해 나간 사실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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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수사관들이 3일 오전 박관천 경정의 서울 하계동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한 수사관이 압수한 노트북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청와대가 정윤회씨의 국정 개입 의혹 문건 유출자로 박관천(48·전 공직기강비서실 소속) 경정을 지목하고 있다. ‘심증’ 단계는 넘어섰다.

 3일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만든 문서를 근거로 한 언론 보도(청와대 행정관이 금품 수수 등 비위를 저지르다 감찰에 적발돼 경질 등을 당한 징계 내용)가 지난 4월 나온 뒤 문서 유출에 대해 조사를 벌였고 6~7월께 내부적으론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이후 청와대는 문서 출력 기록뿐 아니라 관련자 조사 등을 더해 박 경정이 청와대에 근무했던 동료 경찰관을 통해 청와대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사정 당국 관계자가 전했다. 청와대는 박 경정이 짐을 보관했던 한남동 서울지방경찰청 정보분실에서 문건 복사 등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경정은 올 2월 청와대 파견에서 해제됐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가 내부 PC의 접속, 출력, 복사 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 박 경정이 여러 문서를 출력해 나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PC에 접속하고 복사하고 출력할 경우 모든 게 기록으로 남는 게 청와대 시스템”이라며 “청와대가 박 경정을 지목해 수사 의뢰한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당초 조사 결과가 더 일찍 나올 수도 있었지만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직속 부하였던 박 경정을 두둔하는 바람에 조사가 지연됐다”며 “그러나 조 전 비서관이 지난 4월 청와대를 떠나면서 조사가 속도를 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경정은 지난 1일 서울 도봉경찰서로 출근하면서 “나는 문건을 유출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박 경정의 직속 상관이었던 조 전 비서관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 5월 말, 6월 초에 박 경정이 아닌 또 다른 루트로 문건이 유출됐다는 보고서가 민정수석실로 올라갔다”고 주장했다. ‘정윤회 문건’이 제3자를 통해 유출됐을 것이란 뜻이다.

이런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의 주장은 청와대 자체 조사 결과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검찰 수사가 이 부분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자체조사 결과를 문건 유출 경위를 조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임관혁)에 조만간 제출할 계획이다. 검찰은 올 4월 정씨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난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비롯해 정호성 제1부속, 안봉근 제2 부속비서관 등 핵심 3인방에 대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조만간 고소인 신분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정윤회 문건’ 외에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에 관한 문건의 유출이 있었는지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 정윤회씨는 2일 본지 인터뷰에서 박지만 회장도 박 경정이 유출한 문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정씨는 “박 회장도 지금 억울하게 개입되고 있다”며 “박 회장 주변에서 허위정보와 허위문건을 주는 바람에 박 회장이 (내가 사람을 시켜 자신을 미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인지) 직접 알아본 거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 청와대 일각에선 ‘박지만 대 3인방’ 갈등설의 진원지가 조 전 비서관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글=신용호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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