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즐겨읽기] 아내, 엄마로서의 마리 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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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마리 퀴리
사라 드라이·자비네, 자이페르트 지음, 최세민 옮김, 시아출판사, 248쪽, 1만3000원

흔히 '퀴리 부인'이라 불린 과학자 마리 퀴리(1867~1934). 조국 폴란드를 그토록 사랑했던 애국자이자, 두 번이나 노벨상을 탄 과학자이자 고독한 천재 정도로 알려졌던 사람이다. 그런데 아내, 엄마로서의 마리 퀴리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걸 알려주는 실마리가 아침에 스튜를 만들어 약한 불에 올려놓고 실험에 열중했다는 책 속의 일화다. 점심이 되면 그 스튜를 다시 덥혀 식탁에 올렸다. 하루 한 시간 이상 집안일에 집중할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인생의 파트너였던 남편 피에르 퀴리는 학문적인 동지가 되어줬다. 그러나 가사일에 있어서는 동지가 될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성이 15세만 되면 결혼하던 시절이었으니, 아무리 똑똑한 퀴리라 한들 남편에게 무얼 요구할 수 있었겠는가. 그녀는 수퍼우먼 콤플렉스의 시초 격인 셈이다. 여성으로서 연구소 자리를 얻기 위해 투쟁해야 했고, 한편으로는 아내로서 가사 일을 전담해야 했다. 정치활동 역시 마다하지 않았던 모습도 그려진다. 게다가 요즘에도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의 절정으로 통하는 '홈 스쿨' 체계도 2년간 주도한다. 자신의 딸 이렌마저 대를 이어 노벨상을 받았으니, 그녀만큼 자녀 교육에 성공한 엄마를 찾기도 힘들 것 같다. 그녀의 이야기가 수많은 엄마들의 수퍼우먼 콤플렉스를 자극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열등감에 시달릴 필요는 없을 듯하다. 마리 퀴리는 '위인'이니까.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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