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카페리 꽉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17일 오후 5시 인천항 국제여객선 부두. 회사원 조규민(45.서울 관악구 신림9동)씨는 여름휴가를 맞아 백두산과 고구려 유적지로 가족 여행을 가기 위해 중국 단둥(丹東)으로 떠나는 카페리 동방명주호에 올랐다.

이씨는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보다 비용도 적게 드는 데다 서해바다를 건너면서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다기에 카페리 여행을 택했다"고 말했다.

한.중 카페리 10개 노선이 몰려드는 여행객으로 올 여름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날 출항한 동방명주호는 정원(499명)을 모두 채웠다. 운항사인 단동해운 측은 "7월 초부터 계속 만선 운항 중"이라며 "8월 25일까지 모든 예약이 다 찼다"고 밝혔다.

웨이하이(威海)와 칭다오(靑島) 등 2개 노선을 운항하는 위동항운도 7월 초부터 8월 20일까지 모든 선편이 만석이다. 웨이하이를 오가는 이 회사 소속 골든브리지 2호는 1990년 취항 뒤 처음으로 656명의 정원을 모두 채우고 있다. 인천~다롄(大連) 간의 대인호, 인천~톈진(天津)간의 천인호 등도 각각 6월 말과 7월 초부터 만석 운항을해 8월 말까지 예약이 모두 차 있다.

카페리 업계에서는 동북공정 파동 등의 영향으로 백두산과 중국 내 고구려 유적들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져 예년의 경우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2~3주 반짝하던 여름 성수기가 올해는 2개월간 계속되는 것으로 본다.

애니콜 여행사의 고은영 실장은 "백두산.고구려유적 탐방상품은 각급학교 교사.학생 연수는 물론 가족여행객과 산악회 회원에게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특히 카페리는 값이 싸고 야간운항이라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5박6일짜리 백두산 상품의 경우 항공편은 70만~80만원대지만 카페리편은 40만~50만원대다.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홈페이지에는 70대 노인 다섯 명이 카페리를 이용해 1인당 120만원의 경비로 중국 전역을 돌고 왔다는 등의 여행기가 올라와 있다.

주5일제 시행으로 최근 금요일 저녁에 중국으로 떠나는 단기 가족여행객들도 느는 추세다.

이 때문에 카페리 선사들과 대리점 계약을 맺고 있는 여행사들은 요즘 좌석 확보가 고민거리다.

8월 한 달 동안 단둥행 카페리 편에만 3000여 명의 예약을 받아놓은 애니콜 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단체 여행객을 유치하는 게 중요한 영업 목표였으나 올해는 오히려 들어오는 단체 손님을 사양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인천=정기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