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해야 1000명 도청 운운은 국민을 무시한 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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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18일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집중 포화를 날렸다. 전날 진 장관이 국회 과기정통위에서 휴대전화 불법 도청 문제와 관련해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사람은 여기서 말씀하시는 분들이다""불법 감청한 사람은 기껏해야 1000명 이내"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 것 때문이다.

전여옥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이 미국에 '할 말은 좀 하겠다'고 하자 장관들은 국민과 야당에 으름장을 놓는 것으로 코드를 맞췄다"며 "국회에서 들이받고 치받고 안하무인격으로 처신해야 돋보인다고 생각한 듯하다"고 비난했다. 전 대변인은 "진 장관은 2년 전 국감에서 휴대전화 도.감청이 불가능하다고 거짓말을 했는데 지금 최소한의 유한책임마저 지지 않으려고 한다"며 "특히 '기껏해야 1000명'운운은 국민을 아래로 보는 언사며 이 같은 특권층적인 사고는 참여정부의 또 하나의 코드"라고 꼬집었다.

맹형규 정책위의장도 상임운영위에서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진실을 고백해야 할 사람이 적반하장격으로 큰 소리를 쳐대니 이것은 국회를 무시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행동이므로 결코 좌시할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불법 도청보다 거짓말이 더 문제"라며 "역대 국정원장.정통부 장관 등 지금까지 국회에서 도청 문제에 관해 위증을 해온 공직자는 전부 속기록을 파악해 금명간 고발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한나라당의 공격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도는 진 장관에 대한 견제구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 주변에선 진 장관이 선선히 도청 문제에 대해 사과했다면 쉽게 끝났을 일을 '정치 감각'이 부족해 사과는 절대 못한다고 고지식하게 버티다가 일을 크게 만들어버렸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자신들의 과거 잘못을 현 정부에 덮어씌우려고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며 "특정 장관에 대한 정략적 공격을 중단하고 자신들의 과오를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 장관 측도 "국회에서 한 번도 거짓말한 적이 없기 때문에 위증이라는 한나라당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기껏해야 1000명' 발언도 회의장에서 잘못된 발언이라고 의원들에게 사과했기 때문에 더 문제삼을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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