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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복원공사 교통대란 오나] 1. 서울 동북부 주민 최대 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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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D-55. 청계천 복원공사가 가시권이다. 오는 7월 1일 청계고가도로 철거가 시작되면 청계천로와 청계고가를 합쳐 모두 12개 차로 가운데 8개 차로가 사라진다.

매일 20만대 가까운 차량을 소화하는 서울 도심의 핵심 간선도로가 갑자기 끊어지는 셈이므로 시민들은 교통지옥을 우려하고 있다. 교통전문가들은 여파가 서울시내 전역으로 미칠 것이라고 진단한다.

서울시의 안이한 교통대책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높다. 경찰마저 서울시의 도봉.미아로 버스중앙전용차로제 시행안과 미아고가 철거안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가뜩이나 심각한 서울 시내 교통난이 청계고가가 철거되면 얼마나 더 악화될까. 문제점과 대책을 알아본다.(편집자)

청계 고가도로가 철거되면 서울 동북부 노원.도봉구 주민들이 도심 진출입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도심으로의 승용차 출퇴근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대중교통이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그나마 서울시가 내놓은 중앙버스전용차로제나 미아고가 철거 등의 대책도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여기가 대체노선 맞아요?"=7일 오전 7시50분. 본지 취재팀은 3개조로 나눠 노원구 하계동에서 서울시청까지 택시를 탔다.

청계고가도로 철거를 앞두고 서울시가 제시한 출근길 대체노선의 혼잡도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결론은 교통대란의 전주곡을 보는 듯했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청계천 복원 교통대책을 발표하면서 동북부 주민들에게 도심 진입 노선으로 망우로~왕산로 코스와 월계로~미아로~동소문로~창경궁로 코스를 제시했다.

그러나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이들 노선은 청계고가 노선보다 각각 25분, 18분이 더 걸리는 '둘러가는 길'에 불과했다. 청계고가가 철거되고 두 대체노선으로 차량이 몰릴 경우를 감안하면 얼마나 더 걸릴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천호대로~청계고가를 통해 도심에 진입할 경우 소요시간은 47분. 이에 비해 동부간선도로에서 망우로~왕산로~종로까지는 1시간12분이나 걸렸다.

하계역을 출발해 월계1교에서 진입한 동부간선도로의 정체도 극심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겨우 중랑교 램프에 이르렀지만 상봉.망우동에서 나오는 차량들과 맞물려 망우로로 들어서는데만 10분 넘게 걸렸다.

여기서 위생병원 앞~시조사 삼거리를 지나 왕산로 초입까지 25분쯤 걸렸다. 중랑교에서 청량리역까지 거리는 3㎞쯤이어서 평균시속 7㎞ 정도인 셈이다.

게다가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과 신설동역 로터리에서는 신호를 5~6번 받을 동안 차가 꼼짝하지 않았다. 결국 청량리와 동대문 사이 왕산로에서만 30분 이상 허비했다.

두번째 대체노선인 월계로~미아로 코스의 소요시간은 1시간5분. 하계동에서 미아네거리까지는 15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미아네거리에서부터 정체가 시작됐다. 미아네거리는 서울의 대표적인 교통지옥으로 꼽히는 곳이다.

의정부.상계동에서 도심으로 들어오는 관문인 데다 대규모 재개발과 백화점 신축으로 통행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미아네거리를 지나면서 정체는 심해져 성신여대입구역에서 창덕궁까지 3㎞를 통과하는데 무려 35분이나 걸렸다.

특히 지난 1일부터 원남고가차도가 철거공사에 들어가 혜화동에서 도심방향으로 우회전하는 차로가 3개에서 2개로 줄어 정체를 악화시켰다.

반대방향도 마찬가지여서 광화문에서 혜화동 방면의 운행이 통제되자 차랑들이 고가 밑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기 위해 1개 차로로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불과 3백여m인 원남고가를 통제했는데도 교통정체의 여파가 광화문.종로를 비롯, 미아로.도봉로까지 미치는 것으로 미루어 5.4㎞에 달하는 청계고가가 철거됐을 경우의 혼란상을 짐작할 수 있었다.

택시기사 권기상(45)씨는 "자동차 전용도로인 청계고가가 없어질 경우 어떤 우회도로도 대체도로가 될 수 없다"며 "신호등 30곳에서 1분씩 멈춘다 하더라도 30분이 더 걸리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대중교통 과연 편리해질까=시가 청계천 복원공사로 인한 교통혼란을 막기 위해 내놓은 주된 대책은 대중교통 활성화. 차로를 버스 운행 중심으로 바꾸고 도심 주차요금을 대폭 인상해 승용차 이용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결국 동북부 주민들은 지하철이나 시내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동북부에서 도심으로 진입하는 지하철은 '지옥철'이란 오명을 얻었을 정도로 혼잡하다. 7일 아침에도 4호선 상계역 앞의 2차로 도로는 인근 아파트단지를 순환하는 마을버스와 택시들로 주차장이 됐다.

마을버스에서 내리는 승객 수십명은 모두 상계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려는 직장인들이었다. 이들은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지하철이 도착하면 우르르 몰려 탔다. 좌석은 상계역을 떠나면서 모두 메워졌고 쌍문역에선 객차가 만원이 됐다.

시는 시내버스의 경우 간선.지선 체계로 노선을 개편키로 하고 현재 최종 노선 확정을 위해 버스업체들과 협의 중이지만 업체의 반대로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

시의 계획대로 7월부터 동북부에서 간선.지선 버스가 등장한다 하더라도 현재 운행되는 노선이 모두 재편돼야 하므로 시민들의 혼란이 클 것으로 보인다.

또 간선도로만 운행하는 버스는 지선도로에 들어갈 수 없어 도심으로 진입하려는 사람은 두세번 환승을 해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된다. 게다가 현재 평균 5백m 간격인 정류장이 개편 후엔 7백~9백m로 벌어져 버스를 타려면 더 많이 걸어야 한다.

이에 따라 동북부지역 버스운송업체는 지난달 17일 "서울시의 교통개편계획은 지하철의 운영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버스.승용차를 말살하려는 정책"이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시에 제출하기도 했다.

경실련 서울시민사업국 강지형 간사는 "서울시가 지하철도 없고 인구도 서울의 8분의 1에 불과한 브라질 쿠리티바시를 대중교통체계 개편의 모델로 삼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서두르지 말고 우리 실정에 맞는 교통정책을 차분히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영.최현철.손해용 기자

<사진 설명 전문>
청계 고가도로가 철거되면서 청계고가와 청계천로의 차량 운행이 막히면 서울 동북부 지역 주민들이 가장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사진은 동북부 지역에서 정체구역으로 꼽히는 서울 휘경동 위생병원앞 도로.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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