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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연의 자세잃은 인간고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물질문명에 휩쓸려 본연의 자세를 잃어버린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전시회가 있어 관심을 끈다. 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신학철 작품전이 바로 그것이다(15일까지).
2층전시실 4개의 방을 가득 메우고 있는 32점의 크고 작은 작품들은 하나같이 보는 이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74∼79년에 이르는 오브제 5점, 80년도의 콜라지 16점, 80∼82년에 제작한 유화 11점이 선을 보이고 있는데 오브제작품에서는 깡통·플러그·야쿠르트병등 갖가지 버려진 물체를 모아 인간형태로 조립해냄으로써 물질이 인간을 침범해온 것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고있다.
제2시기에 이르는 콜라지작품에서는 우리 주변에 범람하는 각종 상품광고나 광고사진을 아상블라지(여러가지 물건을 한데 모아놓는 것)방식을 통해 인간형상으로 구성해냄으로써 대량생산·대량소비의 사회에서 강요된 소비와 욕망에 지배당한 현대인의 모습을 표출해내고 있다.
최근에 이르러서는 캔버스로 돌아가 포토몽타지·프토리얼리즘의 기법으로 외적의 침략과 박해, 전쟁, 민족의 분단등을 그려냄으로써 우리의 역사를 생생한 리얼리티를 통해 재음미하게하고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입구 오른쪽에 걸린 오브제작품이 눈길을 끈다. 『부활2』로 제목이 달린 이작품은 깡통 2개를 우그러뜨려 얼굴을 만들고 샴푸병과 플러그로 몸체로 만든 것이다.
발아래 딸려오는 숫자와 각종 물체들, 그리고 머리 위로 내어민 손이 발버둥쳐도 물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같다.
왼쪽 끝방에 걸린 『섭신3』도 인상적인 작품중의 하나. 스테이크요리가 담긴 그릇과 카메라렌즈·전구·신발·병과 깡통등 각종 광고사진을 콜라지한 이 작품은 물질에 의해 사물을 보고, 물질로만 머릿속이 가득찬 탐욕스런 인간의 모습이 느껴진다.
역사를 주제로 한 유화 작품중 금년에 제작한 『한국근대사4』도 돋보이는작품. 우리나라 지도의 형태를 빌어 8·15 해방이후 작금의 모습을 포토리얼리즘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위쪽에는 외래물질문명의 옷을 벗고자 하는 모습을 담고있어 근대사의 단면을 보여즌다.
이밖에도 기계화된 인간을 담은 작품이라든가, 남북으로 대치된 상황을 묘사한 작품도 감명을 던져준다.
풍부한 상상력으로 문명과 의식을 고발한 이작품을 통해 인간은 무엇이며 역사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다시한번 생각케된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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