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제혁신·연금개혁도 벅찬데 … 청와대 곤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지난달 28일 정윤회씨 관련 문건이 보도된 뒤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공무원연금 개혁 등 굵직한 현안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 내부에 권력 암투가 있는 것처럼 비춰졌기 때문이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3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등 평소처럼 움직였다. 이번 일을 하루빨리 매듭지어야 집권 3년 차를 앞두고 국정 동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청와대는 내심 검찰이 신속하게 수사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설득력 있는 반증(反證)이 나오기 전까지는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어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공격을 “질 나쁜 정치공세”라고 역공하며 청와대를 적극 엄호했다. 새누리당 이장우 원내대변인은 “일명 ‘청와대 문건’은 정보지 수준의 ‘풍설’을 정리한 것으로 ‘허구와 상상에 기인한 소설’에 불과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유언비어에 가까운 조잡한 문건을 갖고 더 이상 부화뇌동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주장하는 것은 어떻게든 국정을 흔들어 보려는 불온한 속셈”이라고 강조했다.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일단 말을 아끼면서 사태가 진정되길 기다리는 분위기다. 당 관계자는 “당분간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고수하겠지만 여당 내에서까지 청와대 책임론이 나오는 등 사태가 확산되면 골치가 아플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월 6일 이후 두 달여 만에 주재하는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상세히 보고를 받지 않았겠느냐”며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가 확산되는 문제에 관해 박 대통령이 한마디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공직자 평판 검증’ 민정비서관실로=30일 청와대에 따르면 공직기강비서관실의 핵심 업무였던 공직자 평판 검증 업무가 같은 민정수석실 산하의 민정비서관실로 지난 2월 넘어갔다. 정윤회씨 관련 문건이 유출됐다고 추정되는 시기 이후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공직후보자 검증 업무에서도 상당한 문제점을 노출했다고 판단돼 관련 업무도 상당히 축소됐다고 한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현재 단순 서류 검증(전과 조회 등 기초 작업) 업무만 담당하고 있다. 민정수석실이 민정비서관실 중심으로 재편된 셈이다. 우병우 민정비서관에 대한 김기춘 실장의 신임이 두터운 게 업무 변화에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허진·김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