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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감산합의 불발 여파…WTI 10.2% 하락, 2009년 이후 최저

중앙일보

입력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생산량을 줄이지 않기로 한 여파가 28일(현지시간)에도 이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7.54달러(10.2%) 하락한 66.15달러에 마감했다.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6월 배럴당 107달러까지 올라갔던 것과 비교하면 38% 하락한 것이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27일 OPEC 회의에서 감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밀어붙여 하루 3000만 배럴인 쿼터를 유지하기로 했다. 외신들은 회의에선 유가가 60달러까지 떨어져도 용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당분간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에너지산업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는 당장 직격탄을 맞았다. 28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루블화는 전날보다 3.5% 하락하며 50.4루블로 마감했다. 달러화에 대한 루블화 가치가 50루블 선 밑으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증권ㆍ채권시장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달러로 거래되는 러시아 RTS지수는 이날 3.2% 급락해 2009년 7월 이후 최저점을 기록했다. 10년물 러시아 국채 금리는 10.57%로 2009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은 뉴욕증시는 유가 폭락으로 업종간 등락이 엇갈리며 혼조세를 보였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0.49포인트(0%) 높아진 17,828.24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 지수는 4.31포인트(0.09%) 상승한 4,791.63에 마감했다. 전날 뉴욕증시는 추수감사절로 휴장했으며 이날은 오후 1시에 조기 마감했다.

소매ㆍ항공업종이 강세를 보인 반면 에너지 업종은 약세를 나타냈다. 월마트는 사상 두 번째로 많은 온라인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가는 3% 올랐다. 아마존닷컴과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도 각각 1.5%, 2.2% 상승했다. 유가 하락 수혜업종인 델타항공과 사우스웨스트항공은 각각 5.5%, 6.5% 올랐다. 반면 정유업체인 엑슨모빌과 셰브런은 각각 4.2%, 5.4% 하락했다.

한편 OPEC의 원유 생산량 동결 결정과 관련해선 북미 지역 셰일가스 개발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레오니드 페이둔 러시아 루크오일 부사장은 OPEC의 이번 조치가 미국의 셰일가스 붐을 끝내고 중소 생산업체들을 시장에서 퇴출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유가 하락은 또 인플레이션 기대를 낮춰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는 유럽ㆍ일본의 중앙은행들에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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