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카테터 수술로 코막힘 뻥~ 뚫어 … 임신부·어린이가 시술받아도 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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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가 되면 코는 괴롭다. 건조하고 시린 공기가 코에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 특히 축농증이 기승을 부린다. 코막힘에 답답하고 하루 종일 머리가 띵하다. 집중력도 떨어진다. 항생제도 잘 듣지 않는다. 수술하자니 두렵고 부담이 된다. 그런데 최근 축농증 환자 걱정을 덜어주는 치료법이 나왔다. ‘풍선카테터 부비동 확장술(Balloon Sinuplasty)’이다. 기존 수술에 비해 통증·출혈·합병증이 현저히 적은 치료법이다. 분당차병원 이비인후과 이종숙·이창호 교수에게 최신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분당차병원 이비인후과 이종숙 교수가 비내시경을 이용해 부비동염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신동연 객원기자

축농증은 코 주위의 얼굴 뼈 속에 있는 ‘부비동’이라는 빈 공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그래서 부비동염으로 불린다. 부비동은 콧속과 연결돼 있는 작은 구멍(자연공)으로 공기가 환기되고 분비물이 배설돼야 정상이다. 이 구멍이 막히면 분비물이 고이면서 염증이 생긴다.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부비동염이 된다.

나이 구분 없이 11~12월에 환자 많아

부비동염은 특히 11월과 12월 주의해야 한다. 이 시기에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5년간 월별 부비동염 진료 인원 추이를 분석한 결과 11월과 12월에 부비동염 환자가 가장 많았다. 월별 평균 진료 인원이 7~8월 50만 명 수준인 부비동염 환자는 9월 90만 명 가까이 증가해 11월과 12월 100만 명을 넘어섰다. 여름에 비해 2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딱히 남녀노소 구분도 없다. 어린아이나 걸리는 질환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부비동염 연령대별 진료 인원을 보면 9세 이하 유아가 31.6%, 20·30대 청년층 24.2%, 40·50대 중장년층 20.3%, 10대 청소년층 15.1%로 고르게 분포한다.

분당차병원 이비인후과 이종숙 교수는 “옛날에 비해 부비동염 유병률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다”며 “성인 부비동염 환자 비율도 여전히 높고, 임신부의 경우 임신성 비염이 악화돼 2차적으로 축농증이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초기나 급성이라면 어느 정도 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 만성이 되면 문제다. 항생제도 잘 듣지 않고 증상이 계속된다. 이때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과거 축농증 수술은 환자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수술 중 하나였다. 상악동 근치수술이라고 해서 입술을 들고 젖힌 후 고름을 제거했다. 치료법이 최소침습으로 발전하면서 이제는 내시경수술이 주로 쓰인다. 콧속에 내시경을 넣어 직접 보면서 부비동 주변의 뼈를 깎아 부비동 입구를 넓혀주는 수술이다.

효과가 좋지만 환자에게는 여전히 부담이다. 전신마취로 수술을 하는 데다 출혈과 통증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수술 후 부비동 조직과 점막·뼈를 뜯어낸 상처를 봉합 없이 견뎌야 하기 때문에 회복 과정도 쉽지 않다. 수술 부위가 눈과 뇌와 가까워 잘못하면 사시·실명 등의 안구합병증이 오거나 뇌척수액이 새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올 수도 있다. 이창호 교수는 “일반적인 수술은 부비동염의 원인을 제거해 효과는 좋지만 통증과 합병증 위험이 있고 회복기간도 길어 불편했다”고 말했다.

풍선카테터 부비동 확장술 원리 부비동에 삽입한 뒤 풍선을 팽창시켜 좁은 부비동 입구를 넓히고, 식염수로 오염된 부비동을 세척해 고름을 빼낸다.

하루 입원해 수술 30~60분 받으면 돼

요즘 주목받고 있는 풍선카테터 부비동 확장술은 기존 수술의 단점을 해결한 치료법이다. 풍선카테터를 이용해 좁아진 부비동 입구를 확장시켜 치료하는 원리다. 직경 3.8㎜ 정도의 풍선카테터를 부비동 입구에 밀어넣고 풍선을 서서히 부풀려 주면 좁아졌던 부비동이 넓어진다. 확보된 공간을 통해 감염된 부비동을 생리식염수로 세척하고 고름을 제거해 준다. 기존 수술과 달리 점막은 유지된다. 시술 후에는 부비동이 환기되면서 부어 있던 점막이 가라앉고 염증이 호전돼 만성 축농증이 치료된다.

소아뿐 아니라 임신부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임신부는 태아 때문에 항생제 치료를 하지 못하고 부비동을 세척·소독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종숙 교수는 “기존에는 소아의 경우 안면 성장에 영향을 주고 임신부는 태아 기형의 문제로 치료에 제한이 있었다”며 “풍선카테터는 6세 이상부터 적용할 수 있고, 임신부도 치료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부작용이 없고 안전한 시술이다. 2006년 도입된 이후 미국에서만 27만 건이 시술됐다. 많은 시술이 이뤄졌지만 보고된 중대한 합병증은 없다. 시술과 회복도 빠르다. 보통 30분에서 1시간이면 시술이 끝난다. 입원 기간도 하루면 충분하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2년간의 미국 다기관 추적 연구(CLEAR study) 결과 풍선카테터 부비동 확장술을 받은 환자의 90%가 가족이나 친구한테 이 치료법을 추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술받은 환자의 95%가 이 수술을 다시 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종숙 교수는 “내시경 수술이 필요한 부비동염 환자도 있지만 상당수 환자는 풍선카테터로 효과를 볼 수 있다”며 “하지만 부비동의 자연공을 제대로 찾아 들어가야 하므로 해부학에 익숙한 의사에게 시술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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