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새물증」의 증거력유무가 관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여대생 박상은양 피살사건의 정재파피고인(22·인하대 행정과3년)에 대한 항소심 첫공판이 23일하오 서울고법 제3형사부(재판장 이한구부장판사)심리로 열렸다.
정피고인은 지난7월9일 1심인 서울동부지원 형사합의부 (재판장 양기준부장판사)에서 『자백의 임의성은 인장되나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 받았으나 검찰이 항소했었다.
박상은양이 피살된 것은지난해 9월18일. 그러므로 항소심은 사건발생 3백70일, 정피고인이 구속된지 42일만에 열리는 셈이다.
서울 원효로 윤노파피살사건의 고숙종피고인(47·여·대법윈계류중)에 대한 무죄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검찰은 정피고인에게 마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자 또한번 홍역을 치러야했다.
선고전까지「최고의 증거」로 삼아오던 검사앞에서의 임의성있는 자백마저도 법원에 의해서 배척되자 강력사건 수사는 「물증위주」로 급선회하게 됐고 「선증거·후체포」등 완벽수사가 불가피해졌다.
한편「정피고인이 범인임에 틀림없다」고 믿는 검찰은 1심 판결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90페이지의 항소이유서를 제출, 항소심에 대비하고 있다. <별표> 검찰이 항소심에서 새로 내세울 유리한 증거는 혈흔이 전혀없는 승용차의 겨울용 시트커버(검찰은 여름용 시트커버에서 숨진 박양의 혈액형 0형 혈흔을 검출했었다)와 박양이 피살전 정군에게 뿐만이 아니라 다른친구에게도 전화를 걸어 연락하라고 했었다는 내용등 2가지.
검찰이 겨울용시트커버를 준비한 것은 1심 재판부가 여름용 시트커버에 묻은 혈흔이 박양의 것이라고 단정할수 없다고 판단했고 변호인들이 0형 혈액을 가진 친척들이 수시로 이승용차를 이용했었다는 주장에 반론을 펴기위한 것.
또 박양이 사건당일 상오 다른 친구에게도 전화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운 1심재판부가『정피고인이 사건전날인 9월17일 박양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은 사실일 가능성이 적고 통화내용도 이례적이다』라고 판단한데 대한 반론.
물른 이같은 가벼운 내용의 새로운 사실은 항소심을 좌우할만한것이 못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검찰로서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했다는 하나의 좋은예로 볼수 있다.
결국 검찰이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것은「검사앞에서의 임의성있는 자백의 증명력」 에 대한 상급법원의 법률적인 판단이다.
형사소송법에는「검사가 작성한 조서는 진술자가 진정 성립을 인정할때 증거로할 수 있다」(제3l2조) 「자술서는 자필이거나 서명·날인이 있는것은 작성자가 진정성립을 인정할 때 증거로 할수있다」(제313조)로 규정되어 있다.
이 경우 정피고인은 법정에서 검사작성의 조서나 자술서의 진정성립은 모두 인정하고 있기때문에 이를 재판부가 증명력이 있다고 보느냐의 여부가 유·무죄를 가리는 관건이 될것같다.
최근 대법윈은 경찰수사과정에서 자성한 자술서는 본인이 법정에서 내용을 부인할경우 증거능력조차 없다고 판결한바 있어 경찰관아닌 검사앞에서의 자술서에 대한 판단이 주목되고있다.
정피고인에 대한 항소심은 사실상으로는 마지막이기에 검찰로서는 사활이 걸린만큼 최대의 노력을 기울일것이 틀림없고 변호인측으로서도 무죄를 사수하려 할 것으로 보여 열띤 공방전이 예상되고있다.

<권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