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iew &] 그래도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조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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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권선주
기업은행장

2014년도 마지막 한 달만을 남겨두고 있다. 12월은 기업이나 가계나 지나온 한 해를 돌아보고 다가올 새해를 준비해야 할 시기이다. 이를 위해선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경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도 비관적인 전망도 한 해를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올해 경제를 되돌아보면 해를 시작할 때만 해도 기대와 희망이 컸다. 대부분의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4% 내외로 전망했다. 미국을 비롯해 주요국들의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고, 이로 인해 수출이 증가하고 그동안 부진했던 소비가 살아나면서 투자도 개선될 것이라고 봤다. 반면 IBK경제연구소는 2014년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경제성장률이 3%대 중반에 머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돌이켜 보면 4% 내외의 성장률은 너무 낙관적인 전망이었다. 미국은 경기 개선세를 이어갔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 했고 유럽의 경기 회복은 지지부진했다. 중국은 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있으며, 일본은 올해 3분기까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국내 경제를 보면 특히 소비가 부진했다. 그런데 소비 부진이 일시적 요인 보단 가계부채와 주거비 부담 증가, 고령화와 같이 구조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정부가 경기부양 정책을 여러 차례 내놨지만 올해 경제성장률은 3%대 중반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2015년은 어떤 모습일까. 먼저 긍정적인 면을 보면 미국 경기가 개선세를 지속하고 유럽 경기도 느리지만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의 경기 개선은 한국 수출기업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활성화 의지도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면도 만만치 않다. 먼저 중국은 경제성장률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2010년 10.4%를 기록한 이후 계속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7%대 초반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국 전체 수출 중 중국으로의 수출이 4분의 1을 넘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중국의 경기 둔화가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클 것이다. 일본은 경기부진에서 탈피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엔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우리나라 수출기업에게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다.

 내수 부문 역시 큰 개선은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말한 구조적 요인들로 인해 소비가 살아나기 힘들어 보인다. 또한 소비와 수출 회복이 미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적극적인 설비투자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금융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세계 금융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이 내년 중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이는 한국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만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한국 금리가 상승할 경우에는 과다한 가계부채를 지고 있는 일부 가계는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기업들도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경제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

 또한 달러화는 ‘수퍼 달러’란 용어처럼 강세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반면에 일본이나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8개 나라)의 경우 통화완화 정책을 확대할 것으로 보여 엔화와 유로화는 약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원화 환율은 달러화에 대해서는 약세를 보이겠지만 달러화 이외의 주요 통화에 대해서는 강세를 보일 전망이며 변동성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내년 경제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것이 현실이다. 대다수 연구기관들은 내년에도 경기가 개선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경제성장률을 3%대 중·후반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외환위기 등 여러 번의 위기를 잘 극복해 왔을 뿐 아니라 매번의 위기를 통해 경제가 더욱 성장하는 저력을 보여 왔다. 내년 역시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기초를 튼튼히 하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IBK기업은행도 한국 경제의 도약과 가계와 기업들의 성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권선주 기업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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