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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몸도 마음도 사르르~ '따뜻한 유혹'에 빠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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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도시, 여름 피서지인 줄로만 알았던 부산은 온천 도시다. 고급스러운 호텔 야외 스파부터 부산항 개항과 함께 역사를 시작한 온천 지구까지 다양한 온천이 부산 곳곳에 있다.

‘부산은 항구다? 부산은 온천이다!’

부산에 이렇게 온천이 많은 줄은 몰랐다. 예전부터 유명한 동래온천이나 해운대온천 정도만 있는 줄 알았다. 바닷가(태종대), 대학 캠퍼스(동의과학대), 주상복합아파트(해운대구), 심지어 나이트클럽(연제구)에도 온천수가 나온다. 16개 자치구 중 금정구 등 4곳만 빼고 온천이 있을 정도다.

통계상으로도 부산은 온천도시이다. 서울과 6개 광역시를 포함한 우리나라 7대 도시 중 부산에 온천이 가장 많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2014년 1월 현재 신고된 전국의 온천 449개 중 부산에 35개나 있다. 그 다음이 인천으로 15개다. 일본은 진즉 부산 온천의 진가를 알아봤다. 1876년 부산항이 개항하자마자 부산에 들어와서는 온천 개발에 나섰다. 1910년 경술국치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동래와 해운대에 대규모 온천여관과 목욕탕을 지었다.

사람이 모이다 보니 60년대 이후에는 온천지역에 요정·음식점·술집 등 유흥시설이 파고들었다. 동래구 온천동과 해운대온천 주변인 중동 일대는 네온사인 번쩍이는 온천 관광지가 됐다.

해운대 바다를 바라보며 온천을 즐기는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씨메르.

부산 토박이에겐 ‘온천의 추억’ 하나쯤은 있다. “동래는 30년대 이미 전차가 다니고 백화점까지 있던 별세계였습니다. 동래온천으로 신혼여행을 왔던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고 자랐죠.”부산 동래구청 이상길 주무관(58)의 기억이다. 해운대 온천 안내를 맡은 문화해설사 최병순(48)씨도 “해운대온천에서 목욕하는 것이 우리 가족의 명절 풍습이었다. 명절을 앞두고 온 가족이 목욕용품을 챙겨들고 해운대 나들이에 나섰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으레 온천 하면 올드한 느낌이 강하다. 하나 부산의 온천은 전혀 다르다. 이국적인 카페가 몰린 달맞이고개, 광안대교 조명이 너울너울 비치는 광안리 앞바다, 고층빌딩이 우뚝 솟아있는 해운대 마린시티, 세상에서 가장 큰 백화점이 있는 신세계 센텀시티까지…. 부산의 새로운 문화를 이끌고 있는 장소에 온천이 있고 주고객도 젊은이들이다.

부산은 겨울에도 물이 좋다. 속된 뜻의 그 ‘물’이 아니고 진짜 ‘물(水)’이 좋아 한 해 피로를 싹 녹여버리기에 좋다. 온천의 계절, week&이 온천도시 부산을 재발견하기 위해 나섰다. 좋은 곳이 많아 혼자 알기 아까웠다. 뜨끈한 온천에 몸을 담가보니 알겠더라. 부산은 피서지가 아니라 피한지인 것을. 부산은 역시, 온천이다.

글=양보라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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