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커버리호 무사 귀환] 연료 하루치 뿐 … 장소 바꿔 안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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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홈 프렌즈(여러분, 어서 오십시오)!"

미국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9일 오후 9시11분(한국시간, 현지시간 오전 5시11분)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 에드워즈 공군 기지의 어둠을 헤치고 무사히 착륙했다. 휴스턴 임무통제센터는 승무원 7명을 반갑게 맞이했다. 승무원 7명의 가족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일린 콜린스 디스커버리호 선장은 "다시 돌아와 행복하다. 승무원들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끝낸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디스커버리호는 원래 발사 지점이었던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플로리다 기상 상황이 악화되자 착륙지를 바꿨다. 에드워즈 공군 기지에 우주왕복선이 착륙한 것은 이번이 50번째다.

◆ 착륙 연기=디스커버리호 귀환은 총 네 차례 연기됐다. 원래 착륙 시간은 8일 오전 5시47분이었다. 우주센터 인근 상공에 구름이 짙게 끼자 90분 후인 7시17분으로 미뤄졌다. 그러다 날씨가 좋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자 하루 뒤인 9일로 연기됐다. 9일에도 폭풍우 탓에 두 번이나 연기하는 소동을 겪었다. 디스커버리호에는 10일까지 버틸 보급품과 연료가 있었지만 NASA는 "기술적 문제가 없는 한 이날 안으로 반드시 착륙시키겠다"고 밝혔다.

디스커버리호를 에드워즈 공군 기지로부터 케네디 센터로 끌어오는 데는 약 100만 달러(약 10억원)의 비용이 든다.

◆ 의미=디스커버리호는 2003년 대기권으로 들어오다 폭발해 승무원 전원이 숨진 컬럼비아호 이후 처음으로 무사 귀환한 우주왕복선이다. 이번 임무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보급품을 전달하고 장비를 수리하는 등 간단한 것이었지만 컬럼비아호의 악몽을 떨쳐버리게 됐다는데 의미가 있다. NASA도 한숨 돌렸다.

미 의회는 그동안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어야 하는 우주왕복선과 우주정거장 계획을 예산 낭비라며 비난했다. NASA가 보유한 우주왕복선은 1970년대 기술로 제작된 것이어서 해마다 들어가는 유지 보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컬럼비아호 참사 후 국민 여론이 악화된 것도 NASA로서는 부담이었다.

앞으로 현재의 우주왕복선을 대체할 차세대 탐사선이 개발되는 2010년 이전까지는 큰 반대 없이 우주왕복선 계획을 이끌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NASA는 단기적으로 예산 증액도 기대하고 있다.

◆ 과제=안전 문제가 숙제로 남았다. 디스커버리호는 연료 센서 고장 등으로 발사가 몇 차례 연기됐다. 지난달 26일 발사 직후에는 외부 연료 탱크의 단열 타일이 떨어져나가는 사고도 일어났다. 또 왕복선 몸체의 단열 타일 사이를 메우는 갭 필러(gap filler)가 튀어나와 사상 최초로 승무원들이 우주유영을 하며 수리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NASA는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우주왕복선 운항을 전면 보류한 상태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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