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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염대책은 없는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세계곳곳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질병발생 등 온갖 움직임이 분·초를 다투며 각국에 타전된다.
우리는 그만큼 급변하는 세계정보의 홍수 속에 오늘을 살고있다. 그러나 손바닥만한 나라안 소식을 제때에 정확히 알지못해 답답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얼마전 전국을 강타한 태풍 세실의 피해상황이 그랬고, 요즘 일본뇌염환자 발생현황이 또한 그렇다.
전국이 온통 뇌염비상에 걸려있지만 이날 현재 정확히 몇명이 앓고있고, 몇명이 숨졌는지 모른다.
다만 지방서 타전돼오는 통신과 지방신문의 보도로 추정해보는 것이 고작.
보사부는 환자발생 현황통계를 좀처럼 발표하지 않는다.
매스컴의 성화에 못이겨 최근에야 몇차례 내놓은 통계숫자도 통신과 지방신문들이 일선의료기관에서 취재·보도한 비공식 숫자엔 훨씬 못 미친다.
지난12일 현재 비공식통계는 전국의 의증환자 발생이 1천5백명선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1백50명선을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날 보사부의 공식집계는 발생 1천3백35명(진성 2백84명)에 사망1백8명(진성 10명). 환자파악이 늦은 건지 숫자를 줄여 발표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발표를 꺼리는 것은 외국관광객유치에 지장이 있고, 국민을 동요시킬 우려 때문이라는 것이 당국자의 궁색한 변명이다.
국민건강보다 관광수입이 우선한단 말인가.
3, 4년 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당시 각 언론기관은 「유사뇌염」「유사장티푸스」란 말을 일반적으로 사용했다.
보건당국은 「유사」라는 말에 심한 거부반응을 보이며 「의증」또는 「증세」환자로 바꿔 써줄 것을 요청했다. 그때도 「유사」라는 용어가 일반에게 필요이상의 공포심을 유발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 이유였다.
국민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면 용어야 뭐라해도 좋다. 더 큰 문제는 현재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있는 뇌염환자의 사망률이 유사건 의증이건 진성보다 2·7배나 높다는데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추세로 보아 의증환자의 50∼70%가 진성일 것이라는 것이 보사부관계자의 추정이다. 그런데도 보사부는 날씨와 예산타령만 할뿐 별다른 대책이 없다. 시·도립병원에 입원한 진성뇌염환자에 대해서는 국비치료혜택이 주어지지만 의증환자에겐 그런 혜택도 없다.
그뿐 아니다. 뇌염백신 무료접종도 도시위주로 실시돼 취약지역인 농어촌엔 오히려 소홀했다.
뇌염환자의 치료비는 일반병원기준 하루 보통 20만원씩이나 되고, 진성여부를 가리는데는 최소한 2주일이 걸린다.
이 바람에 농어촌지역의 뇌염발생률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고, 영세가정에서는 자녀들이 앓고있어도 병원을 찾기 어렵다. 설사 입원했다 하더라도 진성이라는 판명을 받기까지 2주간의 치료비부담이 힘겨워 중도퇴원하기 일쑤. 악순환이 거듭되는 가운데 희생자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작년 겨울의 비교적 따뜻했던 날씨와 올여름의 일찍 온 무더위 등 뇌염다발생은 오래 전부터 예고됐었다. 보건당국도 이를 간파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일찍 손을 쓰지 못했다면 지역별 환자발생 현황만이라도 수시로 신속·정확하게 알려 주민의 자가방역과 주의를 환기시키고, 의증환자에 대한 비상대책도 강구하는 것이 현싯점에서 보사부가 해야할 최소한의 의무가 아닐까. <오만진 사회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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