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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격리 싫다" 中 곳곳 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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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중국 내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의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캐나다와 홍콩, 사스 발병지인 광둥(廣東) 등지는 이미 진정세에 접어들었으나 수도 베이징(北京)을 중심으로 한 대륙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사스가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마을의 학교나 공공장소가 사스격리시설로 지정되는 데 불만을 품은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격렬한 시위=이날 저장(浙江)성 유후안 지역 주민 1천여명은 자신들의 마을이 사스격리시설로 지정된 데 격분해 정부 건물에 침입, 집기를 부수고 불을 지르는 등 격렬한 항의시위를 벌였다.

허난(河南)성 중부지역의 린조우시(市)에서도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개소를 준비 중이던 격리센터와 다른 의료시설에 대한 시위와 약탈이 발생했다. 지난달 27일 밤 중국 톈진(天津) 북서쪽 20㎞ 지점인 소도시 차구강에서도 소요가 발생한 바 있다.

◆다시 늘어나는 베이징 환자=당국 발표에 따르면 중국에선 5일 1백60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해 지금까지의 감염자는 모두 4천2백80명으로 늘어났다. 베이징에선 지난 4일 신규 감염자가 69명으로 떨어져 사스가 진정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는데 5일 다시 98명으로 늘어났다.

초.중학교의 휴교 기간을 2주 더 연장한 베이징시는 1백37만 학생들의 학습 보충을 위해 6일 통신교육을 시작했으며, 이를 위해 대상 학생들에게 자신의 e-메일 주소를 만들도록 촉구했다.

시 공안당국은 6일부터 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자동차 정기검사와 면허증 발급.갱신, 자동차 신규 등록.갱신 등의 업무를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사스 타격 회복에 부심하는 홍콩=사스 감염자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홍콩은 겨울철 등에 사스가 다시 번질 것에 대비해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같은 사스연구소를 설립키로 했다.

둥젠화(董建華) 홍콩 행정장관은 "10억 홍콩달러(약 1천6백억원)를 들여 과학연구기금을 만들고 전염병 센터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WHO, "전 세계 사스 최고조 도달 판단은 시기상조"=그로 하를렘 브룬틀란트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6일 유럽연합(EU) 관리들과 만난 후 "전 세계 사스 발병이 최고점에 도달했는지를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의 많은 성(省)에서 상당한 감염 사례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중국 내 사스 확산 사태를 조사 중인 WHO 소속 바이러스 학자인 앨런 슈너도 베이징이 최악의 고비를 넘겼다는 일부 중국 전문가들의 관측과 관련, "이 전염병이 베이징에서 최고점에 다다랐는지를 판단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밝힌 바 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사진 설명 전문>
중국 남부 광저우에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 제1 의과대학 소속 간호사 장징(右)이 지난 5일 같은 대학의 의사인 애인과 작별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들은 지난 1일 결혼할 예정이었으나 신랑후보가 '사스와의 전쟁'에 참가하러 베이징으로 파견되는 바람에 결혼이 연기됐다. [광저우 신화=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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