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공예품의 집중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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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4년후에 있을 아시안게임과 88년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전통공예품」을 집중 개발키로 방침을 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내무부는 각지방에 전승되고 있는 지방특산품 2백38개 가운데 관광토산품으로 개발할 수 있는 1백20개 품목을 집중 육성키로 하고 그중 자기류, 보석류, 나전칠기, 죽세품 등 24개 품목은 금년부터 육성하며,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민예품 경진대회도 열기로 했다.
내국인이건 외국인이건 여행을 하게되면 여행하는 곳을 기억할만한 기념품을 사고 싶어한다. 관광객이 많이 몰려오는 나라일수록 특산품을 여러가지 갖추고 그것을 많이 팔아 수입도 올리고 있으며. 외국인에게 그 나라를 기억시키는 민간외교로서의 기능도 훌륭히 해내고 있다.
관광토산품은 비록 조그마한 물건이라도 한 나라를 상징하는 구실을 하는 것이다. 물건을 정교하고 예술적으로도 잘 만드는 나라에 대한 기억은 좋을 것이고 반면 조악하거나 싸구려를 파는 나라에 대한 기억은 나쁜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올림픽 같은 큰 행사가 없더라도 토산품개발은 시급히 서둘러야할 분야임에 틀림이 없는데도 우리 나라의 토산품은 아직 요원한 수준에 머물러있다.
우리 나라에도 『이렇다』고 내놓을만한 특산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품목은 손가락으로 셀 정도에 불과하고 몇몇 제품의 값은 단순한 관광객들이 만져보기에는 너무 비싼 것이 사실이다.
현재 우리 나라에 오는 연평균 외국관광객중 일본인이 압도적으로 많고 미국이 13%정도며, 유럽은 0·6%에 불과하지만 외교가 다변화하면서 유럽이나 아프리카쪽에서도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 것이며, 특히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외국관광객은 크게 붐빌 것이 틀림없다.
특산품개발을 위해 정부는 경영지도와 기술지도를 강화하고 영세상인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업자들이 마음놓고 제품의 질향상에 힘쓸 수 있도록 금융지원을 해주는 것이 마땅하다. 또 판로를 넓히기 위해 지역단위별로 상설전시관이나 직매장을 설치하는 일도 서둘러야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가지 물건을 만들어도 우리 나라 고유의 특색이나 멋을 살려야 하며, 값도 제대로 받는 일이다. 물건을 조악하게 만들어서 관광객의 외면을 받거나 싸구려란 인상을 준다는 것은 우리 나라 전체에 대한 인상마저 흐리는 결과가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산품개발이란 간단히 말하면 아이디어의 싸움이라고 할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국문물을 잘 아는 사람이나 디자이너, 미술가 등 전문가들을 동원해서 무엇이 우리 나라를 대표할만한 토산품인지를 가리는 아이디어를 구하는 일부터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기왕 정부가 나서서 육성책을 펴기로 한 이상 주먹구구가 아닌 보다 과학적인 접근책을 세워야한다. 외국관광객의 구성비에 대한 예측을 정확히 하고 취향도 정확히 알아야만 거기에 대응해서 기념품이나 특산물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특산품개발은 우리 나라의 상품을 해외에 널리 알리고 외화획득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이런 인식에 바탕해서 정부가 추진중인 토산품개발계획이 착실한 성과를 올리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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