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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사스 임신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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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얼마 전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에 감염된 뒤 항생제 치료를 거부하며 아기를 낳자마자 사망한 30대 홍콩 여인의 기사가 심금을 울렸다. 이 산모는 사스에 감염돼 병원에 입원한 뒤에도 줄곧 뱃속의 태아를 위해 항생제 치료를 거부해 왔다는 것이다.

'임산부가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담배를 피우면 태아에게 해롭다' '홀몸도 아닌데 너무 무리하지 마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런데 '임산부'나 '홀몸'은 이 예문에선 적절한 말이 아니다.

임산부(妊産婦)는 '임부'와 '산부'를 모두 이르는 말이다. '아기 밴 여자'와 '아기를 갓 낳은 여자'를 통틀어 '임산부'라고 한다. 임신부(妊娠婦)는 말 그대로 '아기를 밴 여자'만을 의미한다.

맨 위 예문에 나오는 '사스 임산부'도 '임부' 또는 '임신부'로 써야 더 적확한 표현이다. 담뱃갑에 적힌 '흡연은 임산부와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다'는 경고문도 '임산부'를 '임신부'로 바꿔 쓴 지 이미 오래다.

'홀몸'은 부모형제가 없는 고아이거나,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홀아비, 홀어미'도 여기에서 나온 말이다. '사고로 아내를 잃고 홀몸이 되었다'처럼 쓰인다.

홀몸과 헷갈리는 말로 홑몸이 있다.

'홑몸'은 딸린 사람이 없는 혼자의 몸이나 결혼한 사람으로서 아직 아이를 배지 않은 몸이다. '홑몸도 아닌데 여기까지 어떻게 왔어?' '홑몸도 아니니 몸조심하거라' (배려가 깃들어 있는 말) 등으로 쓴다.

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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