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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역할 다양화절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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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급격한 사회변동의 와중에 처한 오늘의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남녀의 역할체계를 진단하는 공개토론회가 현대사회연구소주최로 지난28일 하오2시 교육회관 8층강당에서 열렸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최홍기교수(서울대·사회학)는 남녀의 역할체계 모델을 불평등적 모델과 평등적 모델로 크게 나누고『남녀가 이질성을 바탕으로 하여 상호보완적 관계를 이루어 감으로써 평등이 실현될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가족계획과 여성의 교육수준향상, 공산품 보급등으로 인해 여성 스스로 평등적 모델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관습적인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가족·사회제도와 경제구조로 성에 대한 차별이 여전하다고 그는 보고 있다.
즉, 한국사회는 산업적 경제구조의 초기단계에 속해있어 남성들의 잠재적 실업도 상담해 여성취업이 어렵고, 여성의 가사노동은 사의·경제적으로 가치가 인정되지않아 불평등의 관계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
그는 『평등적 모델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우선 인격적인 평등윈리를 중심으로 역할배분이 이뤄가야하며 가정에서 남녀는 상호보완 할수 있는 역할분담체제를 확립할수 있어야한다』 고 결론지었다.
여성문제를 중심으로 남녀의 역할을 살펴본 한명제교수(동국대·교육학)는『오늘날 한국사회는 여성역할의 변화와 다양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진단하고『남성의 가정화와 여성의사회화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은 4O%가 경제활동에 참가하고 있으며 나머지 60%가 가정주부로서의 역할만을 담담하고 있다. 그러나 가정주부는 외부와 차단된 고립의 일터에서 사회·경제적 보상이 없고 가사노동에 종사함으로써 무력감·외로움·의타심이 쌓여가며 반면 직장여성은 가사와 직장의 2중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여성노동력의 대부분이 중하류층으로 고등교육을 받은 계층의 사회참여는 30%에 불과해 교육과 역비례 현상을 빚고 있으며 행정·전문직이나 리더쉽의 지위는 거의 남성이 차지해 그들의 관점에서 모든 결정이 내려져 여성 복지의 측면에서도 불균형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여성에 대한 전통적인 기대가 남녀의 이질적인 역할구분을 가져왔으며 이러한 편견이 교육과 매스컴을 통해 강화됨으로써 여성의 적극적 활동력·융통성·창조력을 저해시키고 나아가 독립심·자율성·성취동기 등을 악화시킨다고 보고있다.
그는 『오늘날 여가시간의 증대는 여성들 자신의 역할 재구성과 다양화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남성이 가정과 자녀 교육문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여성도 사회에 대한 관심을 지녀야한다』고 역설했다.
전문직업여성클럽(BPW)은 29, 30일 양일간 새마을본부에서 가진 전국대회를 통해 「직업, 그 방향은 어디로」라는 대주제아래 이인호교수(서울대·역사학)의 「전문직업으로의 도전」주제강연을 가졌다.
그 내용을 간추리면, 여성의 노동참가 연령분포는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혼전인 20∼24세에 취업이 가장 높고 결혼후 자녀양육기간의 취업률은 뚝 떨어졌다가 35세이후, 특히 45∼49세의 연령층이 최고의 취업률을 나타내고 있다.
즉 35세이상의 여성들은 종래 가정일에서 해방, 밖에서 일거리를 찾게 된다는 식.
그러나 여성이 사회인으로 활동할 때 직종의 선호도는 남성에 비해 현저히 낮아 80년 정부공식집계에 따르면 여성취업인구의5분의2가 농업·임업·어업등 1차산업에, 5분의l이 생산·운수업·버스안내양, 6분의1정도가 판매직에, 8분의l이 서비스직종으로 기능직이나 행정직등의 전문직 참여는 전체 취업여성인구의 3∼4%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되고있다.
노동참여율은 여성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나 윌평균 임금은 남성수준의 42·3%에 머무르고 있다.
결국 전문직 여성들의 문제는 여성이 취업을 하느냐 안하느냐라는 관점이 아니라 어떤 직종에 취업하느냐가 당면과제로 그 취업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의미를 부여할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여성의 경우 직장은 늘 보조적인 의미에 불과해서 경제적인 이유로 마치·물건처럼 노동시장에 내버려져 취업률과 여성의지위는 동등하게 취급되지 못했다.
여성의 취업에 장애가 되는 요인으로는▲직장생활에 대한 경험과 훈련부족▲전문직과 관리직 진출에 필요한 교육수준의 저하▲인맥등 비공식 조직망의 결여▲높은 수입을 보장받는 여성이 가정에서는 오히려 불리한 성공기피층▲직장에서유능하려면 남성적이어야 한다는 2중부담 등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난점을 극복하기 의한 대책으로 미국 전문직 여성들의 성공사례를 참고로 하면 성공한 여성들의 대부분이 맏이나 아들없는 집안의 딸로 어른과 대등한 위치에서 모든 일은 합리적으로 해결될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버지의 교육수준이 높고 어머니보다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친밀한 딸일수록 성공도가 높은 이들 여성들은 어릴 적부터 다른 여성들과 다르다는 의식을 갖는다는 것.
이들의 직장 초년생활은 여성적인 것을 드러내지 않는 가장 남성적인 시기로 연애나 결혼을 염두에 둘 여유가 없어 으례 혼기를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후 10년, 중간관리직으로 승진할 때의 위기는 남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데서 발생하고 이를 극복, 최고관리직으로 비약하면 지금까지의 남성적인 이미지에 회의를 품고 소홀히 했던 정서적인 측면에 관심을 쏟거나 35∼40세쯤 결혼, 아이를 양육하는등 여성으로서의 성적인 욕구룔 충족하게 된다.
이때의 결혼대상 남자는 이혼한 남자나 아내와 사별한 남자가 대부분으로 남성의 연령이높아 최고 관리직으로 여성이 발돋옴 할수 있도록 적극적인 도움을 주는 남성이라는게 흥미롭다.
따라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의 전문직으로의 취업은▲양적인 여성취업의 증가▲차별없는 채용조건의 현실화▲쟤교육의 확대▲전문직 여성끼리의 인적인 망확대▲직종에 관한 상당 서비스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에 비추어 이교수는 여성이 전문직으로 남성과 대등하기 위해선 남성보다 오히려 능력이 월등하게 높아야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 여성으로서의 삶을 전개하는 형태로서 전문직에 도전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홍은웅·위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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