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영 육영재단 이사장 "딸들이 임신이라도 했냐" 폭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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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재단 국토순례과정에서 제기된 성희롱 논란이 학부모와 재단이사장간 멱살잡이로 번지는 등 쉽게 진정되지 않을 기미다.

국토순례 일정을 마치고 5일 오전 11시30분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회관에서 열린 해단식에 앞서 학부모 50여명이 과학관 3층에서 대책회의를 하다 해명을 하기 위해 나온 박근영 이사장의 멱살을 잡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한 학부모는 "대책회의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사장이 오더니 '그래서 당신 딸이 강간이라도 당했냐. 임신이라도 했냐'고 하기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그러나 "학부모가 정확하게 밝혀지지도 않은 사실을 가지고 '성희롱'이라고 기정사실화해 단정적으로 말하기에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한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총대장이 가방 끈을 매어 주다가 살짝 스친 것 같은데 그걸 가지고 성희롱이라고 하면 성희롱 아닌게 어딨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쟁이 나거나 조난사고가 발생했는데 작은 상처가 났다고 약을 바르고 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원래 '극기훈련'이라는 게 힘든 과정을 참아내는 것"이라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국토순례단의 비위생적 처우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박 이사장은 또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건 오히려 우리며 진상 조사를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용의가 있다"며 "향후 이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해단식을 마친 뒤 조대장 10여명은 일부 학부모의 요청으로 당시 상황을 다시 설명하는 자리에서 "조대장끼리 총대장의 신체접촉이 지나치다는 얘기를 하며 강력히 항의하자고 하던 중 아이들도 '성희롱'을 당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총대장이 '고의'로 단원들의 엉덩이를 만지고 속옷 끈을 잡아당긴 건 사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이번 국토순례는 '극기'라는 명분의 '아동 학대'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비가 오는데도 우비나 텐트가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고 하루 종일 고생한 아이들에게 주어진 식사는 고작 컵라면이었다. 탈수를 방지할 소금은 커녕 구급약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아 물집도 제대로 치료할 수 없었다"며 주최 측의 준비가 미흡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황모(43) 전(前) 총대장은 해명자료를 통해 "97명 대원 전원의 배낭 어깨 끈과 허리끈을 올바르게 매어 주다가 신체적 접촉이 있었을 뿐 고의는 아니었다"며 "대원의 건강 관리에 최선을 다했는데 이같은 사건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4년간 국토순례단 프로그램을 총괄해 온 정모(57) 전(前) 단장 역시 "컵라면은 우천시나 지형을 빨리 통과해야 할 때 먹는 비상식이고 딱 2번 먹였다. 응급환자 역시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했고 구급약도 항상 준비되어 있었다"며 조대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한편 학부모 대다수는 이날 고소 등에 대해 논의하기로 한 기존 계획과는 달리 게시판 등을 통해 향후 대응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기로 하고 국토순례를 마친 자녀를 데리고 귀가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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