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SARS 덕에…NO 해외출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안녕하세요. 클릭아줌마예요. 요즘 전 세계가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때문에 잔뜩 움츠러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전에 양면이 있듯이, 사스 때문에 웃는 사람들도 있어요.

화상회의 서비스와 시스템을 제공하는 회사의 직원들이 바로 그렇습니다. 화상회의를 이용하면 사스 감염 지역에 가지 않고도 수출입 상담을 할 수 있다. 해외출장비를 줄일 수도 있어 일석이조인 셈이죠.

또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무역상담을 해주는 사이트들도 이용자들이 늘고 있으며, 온라인쇼핑몰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군요. 이들은 모두 집이나 사무실에서 일처리가 가능하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 강원랜드는 이달 중순 홍콩에서 해외투자설명회를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의 여파로 통신위성을 이용한 원격화상 투자설명회로 방법을 바꿨다.

강원랜드의 해외투자 설명회는 오는 19~21일 사흘간 홍콩.싱가포르.뉴욕.런던에 있는 주요 투자자들과 실시간 원격화상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홍성균 IR팀장은 "서울 광화문에 있는 외국계 C증권사의 첨단 버추얼 화상회의 시스템을 빌릴 것"이라고 말했다.

# 무역업체인 SNS인터내셔널은 지난달 29일 중국에 가지 않고도 '사스 방지용 마스크'10만개(8천만원 어치)를 팔게 됐다. 화상 상담 덕분이다.

SNS는 서울 염곡동 KOTRA 본사 사이버 상담실에서 중국 상하이의 피터바이오 트레이딩과 화상 상담을 벌여 마스크를 항공편으로 수출키로 했다.

박장호(32)수출팀장은 "사스 때문에 중국에 직접 들어가지 못해 애를 태우다 화상 상담이라는 돌파구를 찾았다"면서 "e-메일 교류를 통해 가격과 물품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교환한 데다 화상회의로 충분히 상담을 했기 때문에 계약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원격 화상회의가 인기를 끌고 있다. 9.11 테러 사태 이후 항공편을 이용한 출장이 줄어들면서 활발해지기 시작한 화상 회의가 최근 이라크전쟁과 사스의 여파로 국내업체들의 새로운 비즈니스 수단으로 굳어지고 있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기업출장경영인협회(ACTE)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9.11 테러 사태 이후 출장을 줄이는 대신 화상회의를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세로 자리잡는 화상회의=화상회의는 사스 이전에도 상당히 보편화돼 있었다. 현대모비스 박정인 회장은 매일 아침 한시간 동안 임원들은 물론 일본.북미.유럽 등에 나가 있는 지사장들과 화상회의를 연다.

모니터에는 임원들 명단이 적혀 있고 접속 여부가 표시된다. 클릭 한 번으로 화상시스템이 가동되는 것이다. 통화의 질은 마치 유선전화를 사용하는 것처럼 생생하고 모니터에 보이는 얼굴도 선명하다.

2년 전 4천5백여만원을 들여 서버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구입하고 시스템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선직 수출물류센터 이사도 "화상 회의 시스템 덕택에 도쿄에 있는 직원과 바로 옆에 앉은 직원에게 얘기하듯 자연스럽게 회의를 한다"면서 "굳이 출장을 다니지 않아도 실시간으로 업무를 협의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다.

외국기업도 마찬가지다. D램 생산업체인 독일 인피니온 테크놀로지 로킨와 아태 담당 사장은 "사스 여파로 본사에서 아시아지역 방문을 줄이는 대신 인터넷 화상회의를 통해 아시아 지역의 임원 및 직원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록히드 마틴의 리 휘트니 부사장은 지난 3월 말 한국과 대만.일본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사스를 우려해 취소했다. 대신 지난달 10일 본사에서 아태지역 지사장들과 원격 화상회의를 열었다.

◇얼마나 늘었나=화상회의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화상회의 수요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고 입을 모른다. 화상회의 전문기업 한국폴리콤(http://kpcom.co.kr)의 경우 화상회의실 임대 건수가 올해 초 월 평균 7회에서 지난 3월 22건, 4월에는 32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 회사 박세운 사장은 "화상회의는 해외출장이 어려울 때 업무 효율을 크게 높여준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서울 염곡동 KOTRA(http://kotra.co.kr)가 본사 8층에 설치한 화상회의용 '사이버상담장'도 호황이다.

사이버 상담장을 KOTRA는 중소 무역업체들이 해외업체와 화상회의를 할 때 무료로 제공하는데, 활용이 부진하리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지금까지 23개 업체가 이용했다.

지난 2일에는 삼양화학 등 3개 업체가 동유럽 업체들과 식품포장용 랩 등의 수출상담을 벌였다. KOTRA 노철 차장은 "사스 확산 이후 사이버 상담장을 활용하겠다는 업체들의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스 발생 이후 화상회의실을 빌리거나 화상회 의시스템을 구입하려는 기업이 배 이상 늘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화상회의 제품.서비스 어떤 것 있나= 화상회의 시스템은 크게 하드웨어 방식과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나뉜다.

하드웨어 방식은 ★프로젝터.스크린 등 모든 장비가 한 세트로 돼 있다. 소프트웨어 방식은 PC에 웹카메라.사운드 카드를 갖추고 영상회의 소프트웨어를 장착하는 방식이다.

하드웨어 방식은 현재 외국계 회사가 거의 장악하고 있다. 한국쓰리엠(3m.co.kr)은 지난해 4월 프로젝터.스크린.TV.화이트 보드.스테레오 등 각종 회의 장비를 하나로 결합한 화상회의 솔루션 '월 디스플레이'를 출시했다. 가격은 2천만원대.

한국쓰리엠 마이클 켈리 사장은 "상하좌우 1백70도까지의 자리에서 스크린을 볼 수 있어 옆에서 보는 불편을 없앤 제품"이라며 "이라크전쟁 이후 각 기업으로부터 원격 회의 제품에 대한 시연 요청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주방용품 회사인 SEB코리아, 택배회사인 CJ CLS 등이 이 장비를 도입했다고 쓰리엠 측은 밝혔다.

소프트웨어 방식은 MC솔루션 등 3~4개 국내회사와 미국계 FVC가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MC솔루션(http://mcsolution.co.kr) 김종락 사업팀장은 "사스 파문 이후 평소의 두배가 넘는 하루 4~5건의 설비 문의를 받고 있다"면서 "PC에 웹카메라 등을 달고 소프트웨어를 깔면 되기 때문에 설치하기와 사용하기가 편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국내 40여개사, 일본 30여개사에 소프트웨어를 팔았으며 태국 등 동남아 판로도 개척하고 있다.

비싼 시스템을 구입하지 않고 인터넷을 이용해 화상회의를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넷미팅 솔루션, 야후메신저의 컨퍼런스 기능 등 각종 인터넷 메신저의 원격회의 기능을 이용하는 것으로 최근 직장인들이 많이 찾고 있다.

김동섭 기자

★프로젝터란 알기 쉽게 말하면 영화관의 영사기 같은 장치예요. 일반 TV로는 구현이 힘든 대화면(최대 3백인치)에 영상을 띄웁니다. 프로젝터와 연결된 VCR나 DVD, 또는 PC의 신호를 빛으로 투사해 스크린 위에 확대해 주는 것이죠.

<사진설명>
이라크 전쟁과 사스 여파로 기업들이 해외 출장을 줄이면서 원격화상회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쓰리엠의 아태지역 매니저인 존 왕이 사스 때문에 방한을 취소한 뒤 지난달 28일 영상장비를 통해 한국쓰리엠 직원과 토론하고 있는 모습.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