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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범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어느 은행의 홍콩 구룡 지점에서 일어난 「컴퓨터 범죄」는 놀랍다. 우선 범죄 액이 57만 달러(4억 5천만원)의 거액이라 놀라고, 범인이 현지 고용인이긴 하지만 그 은행의 직원이란 점에 놀라고, 그가 7년째 근무하는 여인이란 점에 놀란다.
하지만 정말 놀랄 일은 컴퓨터 범죄시대가 가까이 왔다는 인식이다. 틀림없이 이건 우리 컴퓨터 범죄사상 기록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기록은 81년 3윌 모 은행대리가 전산 처리되는 온라인 예금 2억원을 챙겨 달아난 사건이었다.
67년 처음 컴퓨터가 도입되고 78년까지만 해도 컴퓨터 범죄는 나타나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 그것은 「신종범죄」로 취급되고 있다. 범죄 수도 결코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작년 2월엔 모 회사 급여담당 여직원이 이 회사 급여계산 용역을 맡은 컴퓨터회사 간부와 짜고 유령직원을 급여 자 명단에 넣어 2억여원의 회사 돈을 빼낸 일도 있다.
또 70년대 초엔 전산처리 되는 아파트 추첨을 관계직원과 짜고 조작, 당첨시켜준 후 거액의 프리미엄을 착복한 일도 있다.
그러나 그런 수준은 아직 유치하다고나 할까. 기네스북에 실린 컴퓨터 범죄의 최고기록엔 까마득하다.
l964년부터 근 10년간 에키티 펀딩사의 컴퓨터에서 보험금 총액 20억달러(l조 6천억원)를 넘는 6만 4천 건의 가공 보험계약이 기록된 사건이 있었다. 또「스탠리·마크·리프킨」 이란 사람이 컴퓨터를 조작해서 로스앤젤레스의 어느 은행에서 1천 20만달러(81억 6천만원) 를 빼낸 일도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58년부터 초년까지 보고된 세계의 컴퓨터 범죄 건수는 모두 6백 33건.
그중 미국이 4백 72건으로 가장 많고 스웨덴이 35건, 영국이 23건, 서독이 21건의 순이다.
분야별로는 은행이 가장 많아 1백 20건, 정부기관 l백 3건, 교육기관 64건. 제조업 62건 순이다.
컴퓨터 범죄 특징의 하나는 피해액이 유달리 크다는 것이다. 미국 FBI 보고에 따르면, 은행강도의 평균 강탈금액은 3천 2백달러, 일반 부정사고 금액이 2만 4천 달러인데 비해 컴퓨터 범죄는 무려 43만 달러.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정보의 도난문제는 더 심각하다. 정부나 기업의 기밀정보가 쉽게 누설될 수 있고, 공공성을 띤 데이터가 손실되면 사회적 혼란과 마비가 불가피하다.
현대전의 전문가들은 「컴퓨터 전쟁」시대를 예고하기도 한다. 핵전에 의한 무차별 살육보다 주요 컴퓨터 통제기능을 소수병력으로 파괴, 손상시켜 상대방의 전쟁수행 능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컴퓨터시대가 다가오면서 컴퓨터 범죄시대도 열리고 있다. 컴퓨터를 감시하는 컴퓨터라도 설치해야 할 세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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