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조치」보완 줄다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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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28및 7·3조치가 48일만에 마침내 국회의 도마위에 올랐다.
정부·여당이 줄다리기식의 마라톤절충을 통해 단일안을 마련한 과정이 제1라운드였다면 20일 재무위을 계기로 앞으로 전개될 국회심의과정은 제2라운드가 되는 셈.
1라운드에서는 정부·여당이 서로밀고 당기고 언성을 높여 설득을 별인 극히 이례적인 절충이 있었지만 2라운드의 시발인 재무위는 시기적으로 늦어진데다 야당의 당논미정등으로 다소 산만했던 편.

<보완책타당성 설득>
○…민정당의원들은 20일 재무위에서 사실상의 당안을 대상으로 질의를 해야하는 기현상을 맞아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입장.
그래서 당소속 질의자 3명에게는 문제점 지적위주의 질의보다는 타당동료의원들에게 환골탈태한 보완책의 타당성을 설득시킬 수 있도록 질의를 기술적으로 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민정당의윈들은 서민층보다 자산층을 더 옹호하지 않았느냐는등 야당측이 민정당 보완책을 비판하자 당정협의과정을 모르고 곡해하는 것이라며 섭섭해 했다.
사실 민정당이 야당측의 집요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7·3조치이후 48일간이나 재무위 소집을 늦춰가며 정부·여당 단일안을 내기까지에는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한예로 7·3조치에 대한당의반발이 예상외로 커지던 7월말 정부의 한 요노관계자가 모의원댁을 방문, 장장 4시간의 격론을 벌인 일도 있었다는것.
8월초에는 김준성부총리·강경식재무장관·김재익청와대경제수석비서관등정부측 인사와 진의종정책위의장· 박태준국회재무위원장·김종인의윈등 당측인사가 L호텔에서 모인일이 있는데 이때만해도 당이 종합과세와 소득세문제에 약간 밀리는 분위기였다는 얘기다.
권익현사무총장은 이날 회의 내용을 듣고는 진의장등 당간부들과 협의를 갖고 전열(?)을 가다듬어 정부측과 다시 절충을 계속.
당의 기세가 오히려 강해지자 정부측의 한 인사는 당주최 공청회가열리던 지난10일 정오 내내 당사의 권총장방에서 당직자들을 설득하며 『내체면을 봐사라도 양보를 좀 해달라』고 간청하다가 당직자들로부터『체면을 살리기 위해 중대한 경제정책이 좌지우지돼서야 되겠느냐』는 질책을 당했다는 후문도 있다.
당정간의 협의가 가장 극적으로 전개된것은 지난 13일저녁에 있었던 당정정책조정회의-.
회의에 앞서 이날 낮 당간부들과 정부의 경제팀은 모처에서 만나 3시간동안 이견을 조정해 대강의 합의를 보았으나 정부측 이날하오 양보키로 했던 이자소득의 종합과세문제를 반전시키려는 움직임을 정부안에서 새로 전개해 당측은 『약속위반』이라고 격분.
곧이어 열린 당정회의에서 당간부들은 이사실을 들어 경제각료를 집중공격, 『이 조치가 잘못돼 불안이 고조될 경우 그 책임을 누가 질것이냐』(이재형대표위윈),『장관은 물러나면 그뿐이지만 정책이 잘못되면 그 책임은 누가 다 질것인가』 (이종찬총무)등 전례없는 강경론이 쏟어져 나왔다. 여기에 노태우내무장관도 부가세의 경우와 주민등록 전산화의 어려움등을 들어 당정협의가 충분히 돼야한다고 강조한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팀은 대체로 변명조·해명조발언을 한것으로 알려졌으며 보완책은 결국 당안을 정부측이 받아들이는 것으로 낙착.
○…민한당은 정부의 7·3조치원안을 찬성하기로 한 정책심의회의 시안부터 「함량미달」이니 「졸속」이니 해서 말이 많았는데 민정당이 정부안을 대폭 수정보완해 버리자 적잖이 당황한 모습.
경책위 시안이 확정되지도, 취소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당지도부가 당논결정을 못하면서 우왕좌왕하자 재무위를 앞둔 당내분위기는 불만이 고조됐다.
10일 열린 총무단·정책위·재무위의윈연석회의에서는 『시안을 중심으로 질의의 초점을 모아달라』는 김현규정책위의장의 주문이 여지없이 묵살당하고 의윈 각자의 소신에 맡기기로 하는 당논부재를 드러냈다.

<백지화로 보는쪽도>
회의에서 의윈들은 『정책위안이 따로 있고 총무단 의견이 따로 있는등 당내이견도 조정못하면서 어떻게 여당과 대화정치를 하자는 것이냐』고 당지도부를 신랄하게 공격했다.
『정책위안은 이미 공중분해됐으면서 의윈들의 발목만 잡고있다』 (김재영의원), 『당논도 없이 재무위를 열어서 무엇하나』 (김문원의원), 『당론없이 나가라니 작전 없는 전투에 임하자는 것 아니냐』 (이재근의원)는등 불만이 나왔다.
이에대해 유옥우부총재는 『정부원안대로 실시하라는 것도 상대를 궁지에 모는 충분한 정치공세가 된다』며 정책위안을 따를것을 종용했으나 김승목의윈등이『정책정당으로서 무책임한발언』이라고 일축.
또 임종기총무는 『정부의 조령모개식 정책발표를 공격할 수 밖에 없다』며 정부 수정안의 내용보다는 경부의 자세를 추궁토록 실득.
○…반면 민한당과는 달리 정부원안의 전면 실시보류라는 당론을 일찍부터 정해놓은 국민당은 민정당에 의해 환골탈태한 정부안이 사실상 7·3조치의 본래취지를 백지화한 것으로 보고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는 형편.
이동진총무는 『정부원안중 남아있는 것은 신규예금자에게는 내년부터 실명제를 실시하고 또 언젠가는 실명제가 되어야한다는 것밖에 없지 않느냐』며 은근히 선견지명이 있었음을 자랑.
○…재무위에서 야당측은 정부원안의 환골탈태경위를 중점적으르 물었고 충격조치의 남발에 대해선 여야구별없이 집중 힐책.
김재영의윈등 민한당측은 『보완책이 실명제의 미명만 갖췄을 뿐 사실상 정부원안은 백지화된 것』이라며 보완책을 재보완하라고 촉구.
이에대한 정부측 방어태세는 별로 적극성이 보이지 않아 민정당의 일부 보완책수립 주역들은 『정부측이 아직도 원안에 연연하고 있는게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할 정도.
「충격」남발에 관해 이성수의원(국민)은 79년의 10·26사태이후의 13차에 걸친 충격조치를 열거해가며 이래서야 국민이 어떻게 정부를 신뢰하고 따라을 수 있겠느냐고 힐문.
민정당의 정종택의원 마저 『일본도 하지 못한 실명제와 정책금리폐지를 한꺼번에 해치우려고 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면서『건국이후 지금까지 취해진 중대경제조치가 성공보다는 실패로 끝난게 대부분』이라고 지적.

<장외설득도 열올려>
특히 그는 재무부가 3개월에 걸쳐 완성한 「6·23세제개혁」을 하루 아침에 백지화하고 정반대되는 6·28조치를 몇 사람의 두뇌가 모여 만들었다고 공박하면서『현실경제에 어두운 일부 엘리트관료들이 외국에서 직수입한 이론을 그대로 적용하려들기 때문에 무리가 생긴다』고 지적해 야당의원들로부터『잘했다』는 격려를 받았다.
이에 강재무강관은 정부·여당의 보완책이 실명화라는 기본방향에 있어 원안과 전혀 변함이 없으며 원안자체도 처음부터 수정·보완을 전제로 마련된 것이고 앞으로도 가계 여론을 더 수렴하여 재수정될 수 있음을 시사.
자금출처부문은 대기업에 대한 특혜가 아니냐는 야당공세에 대해서는 보완책수립주역이었던 진의종·김종인의원등이 현실을 무시하고 명분만 찾겠다는 주장이라고 장외에서 설득을 벌이기도 했다. <전육·이수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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