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음반 가요계불황 부채질|시중음반의 80%차지… 단속실행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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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근 불황에 빠진 가요계는 불법음반의 범람으로 이동의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국음반협회 (회장 이성희) 는 저작권협회와 합동으로 지난 1일부터 불법음반 단속에 나섰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한 채 불법음반업자들의 수법만 더욱 음성화시켜주는 결과에 그치고 말았다.
음반협회 통계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 나돌고있는 음반(카세트포함)의 80%가 불법으로 제작된 불량음반이라는 것.
불법음반업자들의 제작유형은 두 가지.
첫째는 현재 문공부에 등록된 음반회사의 강호를 도용, 소속가수들의 히트곡들을 카세트로 복사 판매하는 것이고, 둘째는 전혀 새로운 유령상호를 내걸고 가수와 노래만 도용하는 방법이다.
후자의 경우 불법음반업자들이 내긴 강호를 보면 다양하다.
콜럼비아 사운드·성도레코드·마스터레코드·대영레코드·패트레코드·대일레코드·애플사·오스카·톱레코드·빅토리·동서음향·히트사운드·뉴월드·미도레코드 등이 모두 유령회사들의 이름.
이들은 일부 레코드판매상들과 결탁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음반을 공급해주고 있다.
대개 이들이 제작한 카세트는 공급 값이 1개에2백50원에서 3백50원 안팎. 일반 레코드사가 도매상에 내놓는 7백50원에 비하면 절반 값에 불과하다.
음반협회에 따르면 불법 업자들은 대개 테이프10개에서 30개까지 동시에 복사할 수 있는 시설로 인기곡만 골라 최저 1만개에서 10만 개씩 제작해 시중에 공급하고있다는 것이다.
요즘 들어 이들이 즐겨 제작하는 가수를 보면 조용필을 비롯, 이용·나동아· 송골매· 송창직·윤수일·산울림·윤시내·민해경·하춘화·동재은등 인기가수들.
외국가수로는 「둘리스」「올리비어·뉴튼-존」 「폴·매카트니」 「조앤·제트」「퀸」 「저니」 「트릭스」「쿼터·플래시」 「러버보이」 「릭·스프링필드」등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특히 산울림의 경우는 전담 제작사가 7집을 시중에 내 놓았을 때 불법음반 업자들은 한술더떠 8집을 제작, 판매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지난2월부터 7월말까지 음반협회가 적발해 형사 입건된 불법음반이 1만3천건, 자진폐기가 7만5천건에 이른다.
이쯤되자 음반협회는 각종 수법의 불법음반 제작을 막기 위해 저작권협회와 합동으로 8월1일부터 단속에 나섰지만 오히려 불법 음반은 더욱 음성화되고 늘어만 가는 추세다.
대성레코드사 이오주사장의 말에 의하면『문제는 불법음반 제작자로 근절되어야겠지만 이들과 결탁한 일부 판매업자도 사라져야 합니다. 당국이 철저하게 이들 판매업자를 단속해 준다면 자연히 불량음반 제작은 근절되리라 믿습니다]
한편 작곡가 유승엽씨도 『현재 우리나라의 저작권법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당국이 철저하게 단속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가요계 일각에서도 불량음반이 계속 늘어만 가면 음악팬들에게 주는 불신감도 문제지만 대중문화의 저질화만 재촉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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