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나의 건강비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새벽 5시30분 먼동이 틀 무렵이면 운동복차림에 허름한 모자를 눌러 쓴 할아버지가 집을 나선다. 집에서 1km거리에 있는 백봉산으로 향하는 것이다.
올해 78세되는 이달식 할아버지(서울서대문구홍은3동195)는 78년을 변합없이「새벽등산」을 즐기고 있다. 배낭을 메고 가는 격식(?)있는 등산은 아니지만 이옹에게는 그의 건강을 지켜온 유일한 수단이자 건강비법이다.'
그래서인지 이옹에게는 젊은이 못지않은 정력이 풍긴다. 지팡이 없이도 선걸음에 산을 오르내릴 수 있다는 건강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산에 오르면 약10분간 맨손체조를 한 후 바위에 기대어 서서 등을 바위에 1백번씩 부딪친다. 호흡을 조절해가면서 바윗등 두드리기를 하고 나면 가벼운 충격이 몸 전체에 와 닿아 기분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단다. 근처의 약수터에서 땀을 식히고 곤선암에 걸터앉아 쉬노라면 도사 같은 기분이 든다고.
늦게 올라온 노인들과 얘기를 나누다 집에 도착하면 할머니가 지은 밥상이 기다린다. 이때가 8시쯤. 이옹이 뒤늦게 이 비법에 심취하게 된 동기는 신경통 때문.
팔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신경통이 심해 침을 맞아왔으나 일흘이 멀다하고 재발했다고 한다. 그러던 차 할머니가 어디에선가 신경통에는 새벽등산과 바윗등 두드리기가 좋다는 얘기를 듣고 와서는 억지로 대문 밖으로 떼밀다시피 해서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산에 다닌다고 무슨 효과가 있을까 싶었으나 날이 갈수록 좋아지는 건강에 신통함을 느꼈단다.
이제는 몸이 불편한 노인만 만나면 산에 다니기를 권하게끔 됐다. 몇 년 전부터 자식들이 이사할 것을 권했으나 백봉산의 그 길과 그 송풍을 두고 갈 수 없다고 일언지하에 거절했을 정도다. 현재 대한노인의 서울서대문 지부장 일을 보는 이옹의 또 하나의 비결은 결코 화내지 얺는 인지위덕을 지키는 일이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