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 테러 전략 바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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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의 테러 대응 전략이 바뀐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일 "미국이 기존의 '테러와의 전쟁(GWOT.Global War On Terror)'을 '극단주의 대처 전략(SAVE.Strategy Against Violent Extremism)'으로 정책을 선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9.11 테러 이후 테러 대응의 핵심전략은 무력을 사용하는 전쟁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온건 무슬림을 포용함으로써 과격 무슬림 세력을 고사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지금까지의 대응이 단기.무력.전술적 처방이라면 앞으로의 대응은 장기.사회문화.전략적 처방인 셈이다. 전략 수립에 관여했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자들은 "미국 정부는 6월 이후 영국.프랑스 정부 관계자와 런던.파리를 오가며 이 같은 전략을 마련했다.

미국 측이 조만간 '새 국가 전략'이란 이름으로 구체적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FT는 전했다.

10명으로 구성된 미국 측 전략연구팀 책임자는 필립 젤리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특별보좌관이자 9.11 진상조사 보고서 책임자다.

그는 "알카에다 등 극단 무슬림이 주창해 온 과격 이론이 이슬람 정신에 맞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온건 무슬림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관계자는 "미국의 전략 수정을 환영한다. 비로소 테러에 관한 전략적 대화가 시작됐다"고 환영했다.

미국이 전략을 수정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무력의 한계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무력으로 정권을 바꾸면 문제가 해결되리라 기대했는데 막상 전쟁을 끝내고 보니 과격 무슬림을 자극한 꼴이 됐다. 둘째는 전쟁 과정에서 유럽의 도움이 절대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유럽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작한 전쟁이 늪이 되어 버렸다. 스페인.이탈리아 등 참전했던 나라들도 발을 빼고 있다. 미국은 여러 모로 이슬람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많은 유럽의 도움이 필요하게 됐다.

미국의 새 전략에 대해 미국 내 무슬림들은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라고 밝혔다. 전미 이슬람협의회의 라비아 아메드 의원은 "오랫동안 우리는 이 같은 전략을 택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지금까지 우리 요구에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던 미국 정부가 최근 이라크 사태와 런던 테러 등을 보면서 유럽식 대응 전략의 효율성을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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