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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유학 북한 대학생, 강제 북송 중 탈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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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프랑스에서 유학 중인 북한 대학생이 보름 이상 잠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처형된 장성택계 고위층의 아들로 부친이 숙청당한 데 이어 자신도 강제 송환될 위기에 처하자 탈출했다는 얘기가 돈다. 이에 프랑스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한씨가 다녔던 라빌레트 건축학교 카롤린 프쿠르투아 부학장은 19일(현지시간)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세한 상황은 모르며 말하기도 곤란하다”고 말했다. 경찰 측도 “현재로선 답할 게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2011년 북한 유학생 10명을 초청해 프랑스의 대표적 건축학교인 파리 라빌레트 건축학교와 파리 벨빌 건축학교에 5명씩 수학하게 했는데 한씨는 그중 한 명이었다. 모두 북한 최고의 대학인 김일성종합대학을 다닌 수재로 부모들도 고위층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건축학교가 북한과 관련, 예민할 수도 있는 사안이라 말을 아끼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현지 교민들 사이에선 제3국 북한 대사관에 근무하는 기관원이 이달 초 한씨의 집에 들이닥쳐 여권·휴대전화 등을 빼앗고 한씨를 공항으로 데려가 북한으로 송환하려 했다는 말이 나온다. 부친의 숙청 이후 가족들도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간 걸 안 한씨가 자신도 송환되면 같은 처지가 될 것을 우려해 탈출한 뒤 지인의 도움을 받아 모처에 숨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주재 북한 대표부의 홍영 부대표가 장성택의 측근 인사로 분류돼 북한에 강제 송환되는 장면이 공개된 일이 있다.

 한편 한씨 잠적 이후 다른 북한 유학생들도 학교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들 학교에 다니는 한국인 학생들은 “14일 이후 북한 유학생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북한 공관에서 유학생 단속 차원에서 이들을 집결시켜 뒀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이와 관련, “관계국 당국과 긴밀한 협의하에 사실 관계 파악과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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