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싸이·슈퍼주니어·하땅세 극단의 공통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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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사지드 자비드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부 장관

영국인 윌리엄 조지 아스톤이 유럽 최초로 한국에 외교관으로 파견되어 서울 땅을 밟은 지 130년이 지났다. 그 이후에도 영국의 외교 사절단들이 영국을 대표해 한국에 파견되었고 2014년 현재 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대사까지 그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다보면 ‘셜록’ ‘다운튼 애비’ ‘닥터 후’ 등 영국의 대중 문화 콘텐트를 접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문화 콘텐트는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영국의 문화 특사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나와 같이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들이라면 원 디렉션이라는 영국 아이돌 가수 그룹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며, 다른 영국 출신 가수들의 활약을 통해 지난 7년 간 세계적으로 가장 앨범을 많이 판 6명의 가수들 중 1명이 영국 가수라는 사실이 놀랍지 않을 것이다. 또 제임스 본드, 패딩턴 베어, 스타워즈 등 요즘 극장에 간다면 영국이 만든 영화를 보는 것을 피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영국에서도 한국의 가수 싸이가 옥스퍼드 대학교 옥스퍼드 유니온의 초청을 받아 강의를 진행한 것이나, 슈퍼주니어가 웸블리 아레나에서 헤드라이너로 공연을 펼치는 등 한류의 영향력을 경험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과 파급이 대중음악 분야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닐 것이다. 지난 몇 달간 16세의 전준혁군이 영국 로열발레학교에 한국인 최초로 입학 허가를 받았으며, 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런던 프롬에서 관객들에게 성공적인 연주를 펼쳤고, 하땅세 극단은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통해 큰 인기를 모았다.

 창조산업은 문화적 파급과 영향력을 넘어 거대한 비즈니스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만 창조산업이 120조원 가치에 달하며, 171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영국 경제 전체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 문화와 아이디어의 국제적인 교류는 지정학적으로도 더 폭 넓고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우리는 한국이 이루어낸 문화 수출 분야에서의 성장이 한국의 소프트 파워 순위의 상승과 함께 이루어졌음을 목격했다. 다시 말해 세계가 한 국가에 대해 접할 기회가 많을수록 그 국가는 더욱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창조산업이 이처럼 중요하고 글로벌화된 적이 전에 없었다. 이번 주에 한국을 방문해 창조산업 분야에서 양국이 모두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정부와 재계의 주요 관계자들을 만날 계획이다. 특히 방문 기간 동안 열리는 제1차 한·영 창조산업포럼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영국 국빈 방문 이후 약속한 것처럼 한국과 영국 양국이 아이디어와 전문성을 공유하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과 영국의 거리는 수천 마일이나 떨어져 있지만 문화와 창조라는 공통의 언어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계속해서 이것을 기념하고 지지해야 할 것이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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