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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들 군것질을 좋아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군것질」이 코흘리개 어린이들의 전용물이던 시대는 이제는 옛말.
대학생·회사원·공단의 종업원들 특히 젊은 여성들은 틈만나면 씹고 먹고마신다.
각업장이나 도서관에서는 살며시 찾아오는 시장기를 메우기 위해, 애인이나 친구를 기다릴때는 무료를 달래기 위해, 그리고 데이트를 할때는 사랑의 촉진재로서 군것질은 요즘 젊은이들의「제3의 주식」으로 탈바꿈했다.
불과 10년전만해도 다큰처녀가 거리를 활보하면서 군것질을 한다는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지만 요즘은 콘이나 소시지까지 물고 다니는 여성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서구화의 한단면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진단. 「군것」의 종류는 대체로「춘(춘) 팝(팝큰류)」「하(하) 바(아이스바)」「추(추) 징(오징어)」「동(동) 볶(떡볶이)」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이밖에도 튀김·쥐포·순대·아이스크림등의 가공식품에서 옥수수와 칡뿌리등 자연식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메뉴를 자랑한다.
그러나 김왕순양(20·K대2년)은 『군것은 군것으로서 갖춰야할 3대요소가있다』고 했다.
「소리덜나고(무성)」「먹은뒤 입에서 냄새가 덜나야하며(무취)」「옷이나 손에 묻지않아야(무염)」한다는것.
군것질비용은 일정치 않다. 한꺼번에 2천∼3천원어치썩 사가는「큰손파」가 있는가 하면 1백∼2백원어치씩 사가는「작은손파」등 가지각색.
주로 대학가와 관철동, 세종문화회관뒤등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상인들은 톡톡히 재미를 보고있다.
특히 관철동 뒷골목은 군것질 애호가들의 메카로 서을의 새로운 명소(명소).
항상 60∼70명의 젊은이들이 친구나 애인을 기다리면서 군것질을 하는 장소다. 특히 종로코아 앞길은 주말이면 발디딜 틈도없이 젊은이들로 붐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손에손에 아이스크림이나 솜사탕을 물고 보란듯이 거리를 누비는 젊은이들이 있는가하면 인파속을 헤집고 길바닥에 앉아 옥수수를 먹으며 열띤 토론을 벌이는 대학생들도 있다.
친구2명과 약속이 있어 이곳을 찾았다는 오은숙양(20·S여대2년)은 『경양식집에 들어가 5백∼6백원씩하는 음료수를 마시는것보다 1백원짜리 아이스크림이 훨씬 실용적』이라고 했다.
코아빌딩앞 대성상회 주인 김종천씨(46)는 『남자들은 주로 사이다등 음료수를, 여자들은 주로 아이스크림이나 솜사탕을 찾는다』며 하루고객이 4백여명쯤 된다고 말했다.
이대입구는 각종 튀김으로 유명한곳. 감자·오징어·야채·고추등 튀길수 있는것은 모두 튀겨판다.
1인분에 3백원.2∼3명이 보통 4∼5인분씩 먹어치운다. 방학때는 다소 뜸하지만 학교가 문을 열면 연세대나 서강대의 남학생원정대까지 튀김집을 찾는다.
요즘은 대학 도서관에 드나드는 여대생들을 상대로한 옥수수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개당 백원∼1백50원.
동숭동 옛서울대자리는 연인들의 군것질장소. 문예극장이 자리잡은 마로니에 공원을 중심으로 밤이면 많은 데이트족들이 사랑의 촉진제로 군것질을 애용한다.
회사원 강원희양(22)은『옥수수 알을 따서 상대방손에 쥐어주면 한층 빨리친해지는것 같다』며 얼굴을 붉혔다.
시골에서나 볼수 있었던 칡뿌리가 이곳에서는 잘 팔린다. 5백g 한조각에 5백원. 『서로 입이 검어지는것을 보고 손벽을 치며즐거워 하더라』고 칡뿌리행상 박주혁씨(30·경기도남양주군구리읍)는 말했다.
공단 종업원들도 대단한군것질 애호가들.
3백70여개 음주업체마다 대부분 구내매점이 있으나 순대나 떡볶이등 구내매점에 없는 「군것」을 찾아 인근·가리봉시장을 찾는 여공도로 적지 않다.
특히 기숙사에서 숙식을 하는 여공들은 밤중에 돈을 추렴해 전권대사(?)를 선발, 순대나 떡볶이의 대량매입작전(?)을 벌이기도 한다. 1근에 6백원씩. <인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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