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또다른 삶의 공간서 경험의 폭을 넓혀나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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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초등학교 교사이건 대학교수이건 교직에 종사하고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교원의 처우에 대해서 불평과 뷸만믈 갖고있지만, 그들만에 알고있는 교직의 남모르는 이 매력에 대해서는 좀처럼 말하려 하지 않는다. 일단 교직에서 3,4년정도만 지내고 나면 어지간 해서는 직업을 바꾸기 힘든것도 바로 이교직만이 지니고 있는 매력에 중독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그 교직만이 지니고있는 매력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여러가지 고장하고 거룩한 추상적 설명들은 모두 젖혀놓고 가장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조건을 가지고 다른 직장과 비교해보자. 1년에 두달 내지 석달가까이를 판판히 놀면서도 꼬박꼬박 월급을 타먹을수 있는 직장이 세상에 어디있단 말인가. 1년에 두번씩 틀림없이 찾아오는 방학이라는 제도야말로 교직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먼지나고 소란한 쫍은 교실속에서 매일처럼 수십명의 말썽꾸러기들과 악을 써가며 복닥여야만하는 근무 환경속에서 폭주하는 업무량을 감당하면서도 우리나라의 교사들이 정신적파탄을 겪지 않고 자기직업에 충실할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방학이라고하는 제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방학은 마치 고속도로에 설치되어있는 휴게소에서 자동차의 과열된 엔진을 식혀주는 것과도 같은 원리로 마련된 교육의 제도적 장치라고 말할 수 있을 것같다.
방학은 교사들에게만 필요한것이 아니다. 학생들에게도 방학은 필수불가결한 교육적요소가 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학교의 시설과 환경이 부족하고 비좁은 경우에는 방학이야말로학교교육으로 인해 조장되기 쉬운 비교육적 내지는 반교육적 결합들을 어느 정도나마 치유할수 있는 기회라고 하지 않을수 없다. 좁은 교실속에서 60∼70명이 몸을 부대끼면서 매일매일 살아가는 것이 교육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생각해보면 곧 알수 있는 문제다. 학교에서 표면적으로 가르치는 교욱내용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해도 교실에서 가르쳐지는 내용만이 교육의 전부가 될수 없는 법이다.
학생들은 교사가 가르쳐주는 내용의 영향만을 받는것이 아니다. 자기가 숨쉬고 움직이는생활공간 그 자체로부터도 부지불식간에 영향을 받는다.
교과서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이 학생들의 생활과 인격속에서 활력을 길러주는데에 도움이 될 수 없을 때에는 그 교육은 무의미한 것이다. 예나 이제나 국가적 차원에서볼때 교육이란 국민의 저력, 민족의 활력을 다지고 키우는데에 1차적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의 활력은 그들의 생활공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젊은세대의 교육에서는 으레 자연의 드넓은 공간속에서 호연지기를 기르도록 제도적인 배려를 했던 것이다. 젊은세대의활력은 곰 국가의 저력이고 원기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각급학교에서는 쫍은 공간속에서 교육이라는 구실을 내세워 청소년들을 집단적으로 규제하고 획일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는것이 부정하기 힘든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속에서는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까지도 정신적으로나 인격적으로 활력을 유지하기가 어려울것이 당연하다. 특히 요즈음에는 대학교정에서까지도 학생인구가 갑자기 불어나는 통에 비조고 답답한 느낌을 벗어날 도리가 없다.
교육받는 청소년들에게 있어서는 삶의 공간을 제한당하는것은 곧 자라나는 생명력과 사고의 폭이 제한당하는 것을 의미할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방학은 교육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학생들과 교사들이 교실이라고 하는 좁은 공간, 학교교육이라고 하는 제한된 경험의 폭과 규제률 벗어나 또다른 의미의 넓은 삶의 공간과 경험을 만끽하면서 생명력을 북돋울수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 바로 방학의 교육적 가치라고 하겠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우리 교육계에서는 방학을 마치 교육에서의 필요악인 것처럼 착각하는 경향이 있는것 같다. 그래서 방학중에도 학교교육과 유사한 교육활동이 학생들에게 계속되어야만 잘되는 것으로 믿는 모양이다. 되도록 쉴 틈을 적게 주려고 작정이나 한 듯이 많이 내주는 산더미같은 방학숙제도 그렇거니와, 선생님들이 방학기간 동안에 쉬는 것이 마치 근무태만이나 파업이라도 되는듯이 무슨 강습회다, 재교육이다 해서 교직의 유일한 매력을 말살하기에 급급해하는 것도 그렇다. 방학을 빼앗기는 정도만큼씩 우리나라의 교육은 활력을 잃게될것이 분명하다.
김인회<연세대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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