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받는「일본식 경영방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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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적 경영방식에 대한 예찬의 열기가 차차 식어가고 있다.
종신고용제와 그로 인한 기업에 대한 충성심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일본적 경영방식이 일본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리기에 필요하고도 충분한 비결이 될 수 있었느냐에 강한 의문이 미국·일본의 학자사이에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미·일의 경제학자·경영전문가가 모여 국제경제경영회의를 갖고 종래의 일본적 경영론을 비판하고 새로운 각도에서 일본경제를 분석, 특징을 찾으려는 시도가 있었다.
일본 근로자들의 다양한 현장경험, 생산현장에서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보다 큰 재량권, 기업의 집단의지결정 방식 등이 일본경제의 새로운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점이 활발히 논의됐다.
소지화남 교수 (경도대) 는 일본기업의 종신고용제와 이로 인한 사원들의 충성심이 일본적경영의 기초가 됐다는 의견을 반박했다. 그는 일례로 일본 근로자들이 OC (품질관리) 서클활동 등을 활발히 하는 것은 충성심의 발로가 아니라 근로자들 자신이 참여하는 생산과정 등을 충분히 이해하는 데서 오는 개인적 차원에서의 개선의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생산과정의 전반적인 이해는 일본 근로자들이 미국에 비해 부서이동이 심하고 그로 인해 갖가지 경험을 체득한 결과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즉 미국 근로자가 5∼10가지의 작업을 경험하는 동안 일본에서는 40가지의 많은 경험을 쌓는다는 것. 이러한 다양한 경험이 생산과정 전체를 파악하는 능력을 높이고 문제점을 파악, 개선하려는 의욕을 북돋운다는 얘기다.
그는 또 일본의 근로자가 구미에 비해 작업과정에서 커다란 자유재량권을 갖고 있는 점도 생산성향상에 큰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상급자의 불필요한 간섭을 최대한 배제함으로써 근로자가 심리적인 안정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생산현장의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에 보탬이 된다는 것이다.
당진일 송하통신 상무는 불과 20여년 전에는 일본기업의 약점으로 여겨지던 종신고용제 등이 요즈음에는 성공비결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그동안 시대가 바뀌었다 해도 우스꽝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기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 창조력을 계발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술에 대한 전문지식은 없어도 자신이 맡고 있는 일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불량품 생산을 줄이는 등 근로자들의 작은 노력이 경영자측의 기술혁신·설비투자 등과 상승작용으로 현재 일본 반도체산업을 이룬 원동력이었다고 그는 강조했다.
경응대 도전청웅 교수는 일본기업의 성공을 일본적경영과 결부시키려는 것 자체가 근시안적이라고 주장.
일례로 일본 철강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적경영에 힘입었다기보다 전후 일본의 철강회사가 대형설비투자를 할 때 당시 최신 방식이었던 전노 등을 도입했고 이같은 투자가 당시 세계경기와 시의적절하게 들어맞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버드 대「존·마이어」교수도 일본자동차가 미국시장을 크게 파고들게 된 것도 그들이 미국시장에서 자동차가 실용상품화 하는 단계를 우연히 포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경영자의 판매전략에 잘못이 있었음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본적 경영이 일본자동차산업의 승리를 가져왔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일본적 경영론은 주로 근로자측면에서 연구돼왔다.
그러나 하야풍흥 교수 (학습원 대) 는 경영자 측면에서 분석, 일본기업의 최고 의결기관인 상무회에서의 집단의사결정방식이 기업경영의 혁신성을 유지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미국기업의 경우 기업경영방침 등은 3∼5명의 최고 경영자층에 의해 결정되나, 일본에서는 평균 10명정도의 상무회에서 결정돼 보다 많은 정보와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고 불확실한 요소를 줄이는데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또 10명의 상무회원 중 4명 정도는 기술계통의 임원이어서 요즘 같은 기술경쟁시대에 보다 혁신적인 방향을 마련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지적했다.
『Z이론』의 저자인 시카고 대「윌러드·잔귈」교수는 일본인의 의식구조를 분석, 일본기업이 승진과 승급, 사회적 압력, 일에 대한 노력은 보상받는다는 관념 등 3가지 요소를 적절히 운용, 종업원의 사기를 진작시킨다는 독특한 견해를 전개했다.
또 일본의 경영은 장기적인 전망 아래 이루어지나 미국경영자는 주주를 의식, 단기적인 이윤추구만을 노린다고 비판적이다. 그러나 삼정물산의 사도실랑 씨는 미국 안 유수한 기업은 경영계획을 일본보다 훨씬 장기적으로 세운다고 주장했다.
IBM·보잉 사·ATT (미 전신전화회사) 등은 21세기를 내다보고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그는 예를 들었다. <동경=신성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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