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vs 쿠바 vs 쿠바 vs 쿠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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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왼쪽부터 삼성화재 레오, 대한항공 산체스, 우리카드 까메호.
올시즌 남자 프로배구에 카리브해 열풍이 거세다. OK저축은행의 쿠바 출신 특급 공격수 시몬(네트 위쪽)이 대한항공 수비수의 블로킹 벽을 뚫고 강스파이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쿠바산(産) 폭격기’가 프로배구를 점령하고 있다. 쿠바 공격수의 활약에 따라 남자배구 순위가 요동치고 있다. 2014-2015시즌 V리그에서 가장 화제를 몰고 다니는 선수는 시몬(27·OK저축은행)이다. 쿠바 국가대표 센터였던 시몬은 이탈리아 세리에 1부 피아첸차에서 올해 OK저축은행으로 이적했다. 그는 18일 현재 득점 2위(281점), 서브 1위(세트당 0.88개), 속공 1위(성공률 68.85%)에 오르는 등 공격 전 부문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다. 시몬은 같은 쿠바 출신인 레오(24·삼성화재)를 제치고 1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키 2m6㎝, 체중 112㎏의 시몬은 높은 타점과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자랑한다. 뿐만 아니라 섬세한 블로킹 능력까지 갖춰 상대하는 팀들이 고전을 면치 못한다. 김세진(40) OK저축은행 감독은 “시몬의 공격은 알고도 막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신치용(59) 삼성화재 감독 역시 “시몬은 참 좋은 선수다. 내가 본 선수 중 가장 잘한다”며 “특히 블로킹 동작이 뛰어나다. 우리 선수들에게도 비디오를 보고 배우라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OK저축은행과 삼성화재의 시즌 첫 대결에서 시몬은 43점(공격 성공률 59.6%)을 기록하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쿠바 시절 시몬을 롤모델로 삼았던 레오는 26득점(공격성공률 45.3%)에 그쳤다. 지난 두 시즌 연속 MVP를 차지한 레오가 이날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한 건 처음이었다. 시몬의 활약 덕분에 OK저축은행은 7승1패(승점 19)로 삼성화재(6승2패·승점 18점)를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시몬이 지난 시즌 레오처럼 독주하긴 어려워 보인다. 시몬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고, 그의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형 공격수 레오가 어느새 득점 1위(292점)에 올랐다. 공격성공률(56.73%·2위)도 시몬의 기록(52.74%·6위)을 앞섰다. 시몬과 키는 같지만 레오의 몸무게는 84㎏ 밖에 되지 않는다. 시몬에 비해 파워는 떨어지지만 리시브·토스가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 발빠른 공격을 펼치고 있다. 20일 대전에서 열리는 시몬과 레오가 두 번째 맞대결을 벌인다.

 득점 3위(255점)에 올라있는 대한항공 산체스(28·2m5㎝·100㎏)와 득점 5위(192점)인 우리카드의 까메호(25·2m2㎝·90㎏)도 쿠바 출신이다. 남자부 7개 팀 가운데 4개 팀이 쿠바 공격수를 영입했고, 이들은 득점 1·2·3·5위에 랭크돼 있다.

 카리브해 인근의 쿠바는 야구·복싱뿐 아니라 강국 이기도 하다. 쿠바 선수는 팔·다리가 길고 탄력이 뛰어나다. 플레이가 거칠지만 한국배구의 섬세함과 결합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난다. 쿠바 정부가 지난해 스포츠 문호를 개방하면서 이 나라 선수들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졌다.

◆한국전력, 현대캐피탈 완파=한국전력은 19일 현대캐피탈을 3-0 으로 꺾고 3위에 올랐다. 외국인 공격수 아가메즈(콜롬비아)가 결정한 현대캐피탈은 6위(3승6패)로 떨어졌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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