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 하와이 그랑프리는 '패자부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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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석무 기자] 오는 30일 하와이 알로하스타디움에서 열리는 K-1 월드그랑프리 하와이 대회 8강 토너먼트에는 재수생 혹은 3수생까지 있다. 이번 참가하는 8명 선수 중 월드그랑프리 지역예선에 두번째 이상 도전하는 선수는 라스베가스 대회 준우승을 차지했던 '빅대디' 개리 굿리지(트리니다드 토바고)를 비롯해 무려 4명. 우승후보 중 한명인 카터 윌리엄스(미국)는 지난 4월 라스베가스 대회에 참가해 4강까지 진출했고 아마다 히로미 대신 출전하게된 노부 하야시는 파리 그랑프리에 출전한 바 있다. 심지어 후지모토 유스케(이상 일본)의 경우는 라스베가스와 히로시마대회에 이어 3수에 도전한다. 이쯤되면 가히 패자부활전이라 일컬어도 과언이 아니다. 하와이 대회에서 재도전에 나서는 선수들이 많은 이유는 이들이 앞선 대회에서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기 때문. 굿리지의 경우 30대 후반의 나이에 종합격투기에서 입식타격기로 전환한 뒤 승패와 관계없이 화끈한 경기내용으로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또 윌리엄스는 비록 라스베가스 대회 4강에서 TKO로 졌지만 미국선수로서 뛰어난 기량을 인정받고 있고, 후지모토 역시 일본인 선수 중 무사시를 제외하고 가장 세계 수준에 근접한 파워와 맷집을 가졌다는 평가다. 더구나 후지모토의 경우 라스베가스 대회에서는 부상으로 경기를 포기한 억울함까지 겹쳐있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면 이들의 재등장은 K-1의 고민을 대변해주기도 한다. 그만큼 K-1링에 오를만한 선수층이 얇음을 의미하는 것. 실제 재수 삼수에 나서는 선수들을 제외하고 이번 그랑프리에 나서는 선수들을 보면 그같은 지적을 뒷받침한다. 8강에서 굿리지와 맞붙는 웨슬리 코레이라의 경우 UFC에서 활약했던 종합격투기 선수고 스콧 정크나 마르커스 로이스타 역시 정통 입식타격가라기보다는 체격과 힘을 앞세운 MMA 파이터. 또 버터빈(이상 미국)은 헤비급 복서로 정통 K-1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당초 월드그랑프리는 전 세계 각지 강자들을 모아 진정한 세계 최강을 가리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시작됐다. 하지만 정통 입식타격 선수들의 저변이 점점 줄다보니 한 선수가 전세계를 돌면서 이 대회 저 대회에 모습을 드러내고 입식타격 이해가 떨어지는 종합격투가들이 대거 참가하면서 그랑프리 자체의 흥미와 수준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같은 현상이 벌어지는데는 현재 K-1의 책임이 크다. K-1은 최근 들어 팬들의 흥미를 끌만한 이벤트성 경기를 연출하는데 치중하고 있다. 밥 샙의 등장 이후 스모선수 출신의 아케보노와 씨름 천하장사 최홍만까지 진출하면서 그런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그렇다보니 지금 K-1에서 과거 앤디 훅, 피터 아츠, 프란시스코 필리오, 어네스토 호스트, 제롬 르 밴너 등 정통 입식타격가들의 명승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지경이다. 물론 그같은 이유에는 라이벌인 프라이드FC와의 치열한 흥행경쟁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이번 하와이 대회는 최홍만과 아케보노, 두 거구의 재대결로 격투스포츠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과거의 K-1을 그리는 팬들로선 하와이 대회 대진을 메운 재수생들과 종합격투가들을 보며 아쉬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석무 기자 기사제공: 마이데일리(http://ww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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