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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월남전 영웅 채명신 장군실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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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나를 파월장병 묘역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채명신 장군을 기리는 ‘채명신 장군실’이 계룡대 육군본부에 개관된다.

육군은 육군본부 회의실을 ‘채명신 장군실’로 단장해 유족들로부터 기증받은 고인의 유품 28점을 공개한다고 19일 밝혔다.

채 장군의 유품인 주월한국군사령관 시절의 전투복과 전투화를 비롯해 손때 묻은 안경과 지갑, 회고록 저술시의 메모노트, 각종 훈ㆍ표창과 상패, 회고록「사선을 넘고 넘어,「베트남전쟁과 나」등 28개 품목을 유리케이스 4개에 나눠 전시한다.

육군 관계자는 “ 6ㆍ25전쟁과 베트남전쟁의 영웅이자 부하사랑의 표상으로 온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채명신 장군의 참군인 정신을 길이 계승하고, 사람중심의 병영문화 혁신을 이뤄 강한 육군, 국민의 군대로 재도약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망인인 문정인 여사(86세)는 채 장군의 유품을 육군에 기증하면서 “평생 군과 부하를 사랑해 돌아가신 후에도 병사묘역에 누워있는 남편의 뜻을 기려, 갖고 있는 유품 일체를 육군 장병들 곁에 두기로 했다”며 “육군에서 남편을 기념하기 위한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 잊지 않겠다고 하니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육군은 채명신 장군실 개관 이전에도, 육군본부 본청 내 시설에 백선엽 장군실, 안중근 장군실, 6ㆍ25전쟁 전승영웅실 등으로 이름 붙여 나라를 위해 헌신한 영웅들을 군의 정신적 지표로 기리고 있다. 이들 시설은 본래 용도 외에 육군본부 근무 간부와 전입 장병, 방문객, 모범장병 안보현장 견학코스로도 함께 활용된다.

채 장군은 6.25전쟁에서 국가의 명운이 걸렸던 낙동강전선 방어전투에서 제8사단 제21연대 제1대대장을 수행하며 ‘영천전투’ 등에서 크게 활약했으며 한국군 최초의 정규 유격부대인 ‘백골병단’ 지휘관으로 명성을 떨쳤다. 적 후방에서 게릴라 작전을 전개해 북한군 대남 유격부대 총사령관을 생포하는 등 전투의 승패에 큰 영향을 주었다. 또한 베트남 전쟁시 초대 주월한국군사령관으로서 4년여 동안 많은 작전을 성공적으로 지휘했다. 특히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군의 작전지휘권을 미군이 행사하겠다는 미군사령관(웨스트 모어랜드 대장)의 주장에 맞서, 한국군이 독자적인 작전지휘권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득하여 이를 확보한 일화는 유명하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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