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TV『한국인 당신은 누구인가』TV수준 높인 교양프로의 역작|이설·연구 덜된 분야 객관적 설명 아쉬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난 주 KBS1TV의 특별역사기획 『한국인 당신은 누구인가』는 수준 높은 교양프로라는 자랑에 어울릴만한 수작이었던 것 같다.
학계의 참여아래 우리역사의 원류를 여러 분야별로 추적하고 그 유물까지를 재현해 보인 이 프로에 선 부른 평가가 있을 수 없겠으나, TV가 지닌 대중 결정론적 특성을 고려하여 약간의 의견을 밝힌다.
대체로 교양물에서는 정세을 기본으로 해설을 엮되 학선의 다툼이 있거나 연구가 미진한 부분은 미진한 채의 현장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소개하는데 그쳐야 옳다.
이를테면「거석문화의 신비」편에서 해설자는 그 원류로 남방전 내세의 입장에서 동남아일대의 고언들 분포상황을 소개하고 제주도의 돌하루방도 인니의 발리섬에 있는 석상과 같다하여 방증으로 삼은 점은 설득력은 있으나 유력한 한반도의 자생세를 깰만한 반증은 되지 못한 것 같아 너무 자세에 집착한 느낌을 주었다.
또 여러 곳의 고인들을 소개하고 실측을 통한 분석도 좋았으나 대체로 이미 알려진 자료인 것 같아 참신한 맛이 적었다.
이른바 북방식의 대표격인 은율의 고인돌에 견줄만한 것은 남한에서는 포천읍자작리의 것이 으뜸이라는 점에서 이것을 자료로 삼았다면 새맛을 품겼을 것 같았다.
또 고인돌과 홍도문화권을 같은 맥락으로 보아 남방전래선의 배경으로 삼았는데 그렇다면 홍도가 중국의 열하지방에서 만주를 거쳐 남한까지 퍼졌다는 종래의 주장은 어떻게 되는지도 의문스럽다.
○…오락물과 달리 교양프로는 시청률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은 메시지의 표현이 어려워 그 내용을 소화시킬 수 있는 대상시청자, 곧 1차적 전달자 (오퍼니언리더)의 폭을 무작정 줄여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지난주 KBS 제1TV에서 특집으로 다룬『이것이 노동자의 길잡이다』는 대학강의식인 전문 지시인 의주여서 문제였다.
「도시산업선교회」 의 신학적 근거가 되는 이른바 해방 압학의 해설이나 색상실명이 그렇고 정신과의사의 분석 역시 다를 바 없었다. 그리고 노사분규를 조장하고 심화시키는 극단적인 투쟁방법을 선동한 이 책의 문제점을 들춘 제작의도는 이해하나 이미 판금 되어 지하에 몇 권 남아있을 정도인 책을 특집으로 다룬 것은 거꾸로 일부층에 호기심을 자극할 역효과를 빚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오히려 「도산」 쪽의 노사투쟁이 근로관계법령에 어떻게 위배되고 또 극단스런 것인지, 그 때문에 기업들이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소개하든가 또 기업가족의 입장에서 정정당당하게 체험을 털어놓아 (출연한 기업가가 얼굴을 감추고 감상을 말할게 아니라) 시청자의 공감을 살수 있는 자료의 제시에 힘을 기울여야 되었을 것 같다.
또 하나 「생생한 증언을 거절한 사람은 위험 앞에 노출되어 있는 분들」 이어서 증언을 얻을 수 없었다는 변명은 이 나라의 치안능력을 얕잡았다는 오해를 사기 십상이어서 쓰지 말았어야 옳았다.
○…MBCTV『전원일기』 만큼 탄탄하게 자리를 굽힌 프로도 드물 것이다.
더우기 이 프로가 돋보이는 까닭은 이렇다할 농촌 대상물이 적은 현실에서 전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소외되기 쉬운 농촌얘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일 듯 싶다.
그렇기는 하나 불만도 있다.
첫째로 김회장네의 대가족구성은 오늘의 농가실정에 어울리지 않는다.
산업화의 물결은 젊은 농촌인구의 도시집중을 물고 와 드라머 에서처럼 아들딸들이 함께 사는 대가족이 농촌에서 드물어 졌다.
또 농촌얘기를 다루면서도 농민이 겪는 심각한 문제, 이를테면 농업노동의 힘든 농촌생활의 고생스러움은 외면하고 농촌의 목가적 분위기만을 바탕으로 편안한 농촌모습을 그려 도시인의 취향에만 맞추려는 흠이 보인다.
다음은 세트의 부실함도 눈에 뛴다. 초가지붕과 벼짚담이 보이는 것도 맞지 않고 묶어두고 기르는 개도 도시 감각적이며 김의장네 수준이면 부엌에 연탄보일러 장치를 하는게 농촌 현실에 맞다.
도농간의 격차나 농촌문제의 심각성이 적은 균형 잡힌 나라에서는 농촌의 서정적 풍경을 주조로 프로를 꾸민다고 해서 탈이 없고 또 그렇게 해서 도시의 시청자에게 꾸준한 인기를 확보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농촌은 그와는 사정이 다르다. 개다가 방송의 중앙위주의편성은 지방문화의 발전을 막는다는 의견을 존중해서라도 외국의 경험을 참고할게 하니라 우리 농촌의 현실 등을 심층적으로 다뤄 농민이 겪는 여러 문제를 들추어내는 것이 탁 틘 이 프로의 앞길을 더욱 밝게 할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